지난 2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2조 원이 넘는 군사 지원을 받기로 하자,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목표는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비극을 끝내는 것”이라며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빠를수록 좋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적대행위의 심화는 불필요한 손실로 이어진다”라며 “모든 무력 충돌은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협상을 통해 끝난다”라고 덧붙였다.
푸틴의 종전 협상 언급은 성탄절에도 이어졌다. 그는 국영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대해 모든 당사자와 협상할 준비가 됐다”라며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이 점령지 영토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므로 진정성이 전혀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는데,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은 핵무기가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핵무기가 유일한 수단”
서방 비판한 메드베데프
푸틴 대통령이 종전을 언급하던 날,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관영매체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는 키이우의 극단주의 파시스트 정권이 무력화할 때까지 특수 군사작전을 지속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핵 억제력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서방은 러시아를 최대한 모욕하려 함과 동시에 핵 종말을 피하려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라고 주장했다. 핵무기를 언급하며 서방을 비판하는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강경 발언은 황당한 새해 전망으로 이어졌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EU가 붕괴하고 신나치 정권이 수립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핵탄두 장착 가능 미사일
같은 날 벨라루스에 배치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전혀 다른 스탠스의 발언을 하던 같은 날, 벨라루스에는 러시아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과 S-400 방공미사일이 운용 준비를 마쳤다. 레오니트 카신스키 벨라루스 국방부 정훈총국장은 “부대들이 양국 연합훈련센터에서 모든 준비 과정을 마쳤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미사일 시스템들은 전투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라며 “전면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선 6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M 전술 미사일 시스템을 요구했고, 양국 합의 이후 8월부터 조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단죄 요구하는 우크라
이대로 전쟁 장기화 지속되나
장기화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중재자로 삼아 내년 2월 말까지 유엔에서 글로벌 평화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가 국제 재판소에서 전범으로 기소되는 것이 먼저”라며 조건을 내걸어 러시아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미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논리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서 물러나고 관련자가 투옥되어야 한다”라며 “그런 헛소리는 건설적 대화의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