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예산은 해당 국가가 얼마나 국방과 안보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표면적인 지표이며, 세부적으로는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또 어떤 분야는 포기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실현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정권의 국방 예산을 비교해본다면 구체적으로 서로 어떤 관점에서 국방력 강화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국가 예산, 즉 2023년 예산이 책정되었으며, 이 예산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가진 미래 대한민국 국방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 현재 반대 여론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특히 작년 예산안과 비교했을 때 선택과 집중이 매우 명확하게 갈렸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국방비는 확실히 증가했다
3축 체계 관련 사업 집중
이번 2023년 국가 예산에서 국방비는 57조 143억 원으로 책정되었으며, 여기에 무기 개발 및 구입 예산인 방위력개선비는 1.3% 증가한 17조 179억 원, 보유한 인력과 전력을 운용하는 방위력 개선비는 5.7% 증가한 40조 1,089억 원이 배당되었다.
특히 이번 예산의 중점은 윤석열 정부가 집중하는 3축 체계, 적 미사일 발사 징후를 파악한 뒤 선제타격을 가하는 '킬체인'과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그리고 공격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을 강화하는데 집중되었다.
이전 정부 사업 대부분 삭감
항모 사업은 여전히 감감무소식
다만 이번 예산에서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된 여러 사업들은 예산이 감축된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KF-21 보라매 연구개발, 정찰위성 확보를 위한 425 사업 연구개발 비용,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연구개발 비용, 전술정보통신체계 Block 1과 대형수송기 2차 사업 등이 그것이다.
특히나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한국형 항모 사업인 CVX의 예산은 전액 삭감이 최종안에서 유지되면서 완전히 버려진 사업 취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 관계자는 함재기의 국산화 가능성 유무를 추가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전관예우 말하는 것 아니야
연속성 없는 사업은 낭비다
이전 정부가 시작한 사업을 반드시 이어받을 필요는 없다. 모든 정부는 공통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목표를 추구하지만, 각자만의 방법과 가치관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재래식 전력 강화보다 미사일 방어 및 공격을 개선하는데 집중하려는 현 정권의 방향성은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 단순히 전관예우의 차원에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진척도가 있는 사업을 중단한 뒤 또 다른 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자칫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이미 진행되어온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에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명확히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다음 정권이 만약 현 정권과 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또 다른 낭비로 이어지더라도 이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명분이 없지 않겠는가?
또한 일본, 중국 모두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는 것도 현 국제 정세에서 맞지 않는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도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