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낮부터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영공으로 들어왔고, 우리 군은 전투기와 헬기 등 공중전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3m 이하의 소형 무인기는 레이더 반사 단면적이 0.01~0.08㎡에 불과하며 저고도에서 느리게 비행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 군 방공망으로는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이번 북한의 소형 무인기 남침은 정찰이 아닌 우리 군의 탐지 및 요격 능력을 떠보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이 해석이 북한군의 의도와 일치한다면, 저비용으로 시스템에 혼란을 줄 수 있기에 기만전술 차원에서 앞으로도 무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은 남쪽에 침투한 무인기가 5대가 아닌 12대라고 주장하고 있어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적군은 감지도 못했다”
북한의 주장 사실일까
내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한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 당국은 무인기 남침 사건에 대해 “무인기 실전 침투 작전이 성과적으로 진행됐다”라며 “이번 훈련으로 적들의 아성을 혼비백산하게 했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총참모부 작전국은 “남측에 침투시킨 무인기가 5대가 아니라 12대이며 이를 적군이 감지도 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 남침 다음 날인 27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은 “12대가 함께 출격했고 모두 군사분계선 이남까지 침범했으나 비행거리가 짧은 나머지 7대의 무인기들은 북부 경기도 일대에서 되돌아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진실인지, 혹은 군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내 선전 자료로 활용할 듯
고위 간부들 반응 끌어냈다
무인기 12대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주장은 북한군이 12월 훈련을 평가하는 보고서에 담겨 대내 선전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데일리NK는 “북한군 당국이 동기 훈련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적시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군 간부들에게 정치자료로 배포함으로써 군 내부 사기 진작 및 선전·선동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고화질의 위성 사진을 공개했을 때 북한군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자조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번 사건 이후 “솔직히 남조선 공군 무기나 탐지 기술이 우리보다는 훨씬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북이나 남이나 기술 수준이 비슷하다는 걸 보여준 게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아직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무인기 도발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EU 등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긴장 놓지 못하는 군
정치권은 책임론 시끌
우리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가 12대라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우리 군은 “탐지한 것은 5대”라고 답변했다.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12대가 남하했다는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조치 및 대응을 실시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북한 무인기 남침 이후 대비 태세를 갖춘 우리 군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3일에도 남쪽으로 날아오는 미상의 물체가 전방 감시용 열상장비에 포착되었고, 군과 정보당국의 긴급출동 결과 중국에서 날아온 풍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빠른 시일 내에 대드론 전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또다시 정권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