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미국의 라이벌이었던 러시아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보유했으며, 이에 따라 우방국과 적국 모두와 지상으로 접해있다. 따라서 유사시에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최강의 육군, 특히 기갑 전력을 보유한 국가로 명성이 높았다. 소련, 러시아 육군만을 분쇄하기 위해 미국이 핵 투하를 고려하기까지 했다는 점은 러시아가 보유한 육군 전력이 절대 비약이 아님을 알려준다.
그런 러시아의 가장 최신 전차인 T-14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목격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대해 한 편에서는 오죽 러시아가 상황이 급박했으면 테스트도 제대로 안 거친 최신 전차의 프로토타입을 전선에 투입할 정도냐고 분석하기도 했는데, 이 전차가 어떤 전차인지 먼저 알아본 뒤,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의미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자.
러시아 육군의 새로운 얼굴
세계 최초의 4세대 전차
T-14는 러시아에서는 오비옉트 148로 불리며, 러시아의 방위산업체인 오랄바곤자보드, 우랄트란스마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다용도 차체 플랫폼 프로젝트인 아르마타의 일환으로 제작된 러시아 육군의 차세대 전차이다. 이는 다시 말해 T-14의 차체와 여러 성능은 곧 러시아 육군에서 운영할 차세대 기갑 전력에 모두 적용된다는 말이며, 곧 T-14가 러시아 육군의 새로운 얼굴마담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아르마타 프로젝트의 목적이 완전한 무인 전차 운용이기 때문에, T-14는 그 시작점에 위치한 작품으로서 무인 포탑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제식 전차에 무인 포탑 기술이 적용된 것은 T-14가 세계 최초이다. 따라서 세계 최초의 4세대 전차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에이브럼스나 챌린저 전차 역시 무인 기관포를 장착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3.5세대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성능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테스트도 실전도 부족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T-14는 무인 포탑 기술이 탑재되어있는데, 이 포탑에 장착된 주포가 125mm 활강포인 2A82이며, 이후에는 152mm 활강포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서방의 모든 전차를 포함해도 가장 강력한 화력이라 할 수 있으며, 승무원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한 장갑 디자인, 그리고 1,500마력의 디젤엔진을 탑재해 서방 전차에 버금가는 기동력까지 갖춰, 조건만 놓고 본다면 가히 최강의 전차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실제로 T-14 전차는 공개적인 프로토타입 실험도 거친 적이 없으며, 이 때문에 실전 경험은 더더욱이 없는 상황이다. 즉, 카탈로그 스펙만으로 성능을 과시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는 것인데, 전차를 포함한 모든 무기는 그 성능보다도 안정성이 사용자의 목숨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기능하는지 여부가 성능만큼이나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에서 목격된 T-14
현재 양산 계획은 중지된 상태
아마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목격됐다는 이유는 이러한 부족한 실전 경험 데이터를 쌓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된다. 즉,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 자국의 최신형 전차를 투입하여 기존 기갑 전력과의 비교와 동시에 실전 경험, 안정성을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방의 대대적인 대전차 무기 지원으로 기존 러시아 전차들이 무더기로 갈려 나가는 마당에, 과연 T-14라고 별다른 수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는 천문학적인 지출이 발생하게 되었고, 현재 계획 중이었던 신형 무기 개발과 양산 계획이 모두 보류되거나 취소되었고, 여기에는 T-14의 양산 역시 포함되었다. 따라서 현재 추가로 양산되고 있는 T-14 전차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