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적대세력의 해양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은 해군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미군의 항모 전단이 대만 해협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35년까지 6척의 항공모함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더해 055형 대형 구축함을 포함한 신형 군함 건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2021년부터 2년간 신규 취역한 군함은 총 28만 톤 규모로 우리나라 해군 전체 규모보다 크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은 340척의 해군 함정을 보유했고, 이로써 292척의 미국을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을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주변국들은 지정학적 변화에 대응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결국, 동남아 국가들은 비용과 유용성에 대한 우려를 뒤로하고 잠수함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7개국이 도입 협상 진행 중
필리핀과 태국은 기존 전력 無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동남아 국가들의 잠수함 도입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잠수함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이며, 그중 태국과 필리핀은 잠수함 보유량이 0척인 상태이다.
태국 해군은 지난 2017년, 중국과 4억 달러(한화 약 4,976억 원) 규모의 위안급 잠수함 3척 구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EU의 무기 금수 조치에 따라 독일산 디젤 엔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태국은 중국제 엔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도 프랑스와 잠수함 2척 계약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프랑스 측은 지불 능력에 대한 의구심에 남중국해 필리핀 주권 수역에서 해상 탐사를 허가해주는 조건을 제안했다고 한다.
고가의 잠수함 계약 체결 진행
운용 효율성 확보는 “글쎄…”
잠수함 도입에 가장 넘치는 열의를 보이는 국가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다. 아처급 잠수함 등 스웨덴산 중고 잠수함 4척을 운영해오던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독일산 218급 잠수함 4척을 도입하고 있으며 지난달 2·3호가 진수식을 마쳤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낭갈라함 침몰 이후 신형 잠수함 물색에 나섰고, 지난해 2월 프랑스 스코르펜급 잠수함 2척에 대한 협상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이 외에도 미얀마,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잠수함 도입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제대로 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잠수함은 운용 난이도가 높고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동남아 국가는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 싱크탱크의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여러 국가가 잠수함 전력 공백을 크게 느낀다”라며 “실질적인 전력보다는 해군력 과시용에 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조슈아 버나드 에스페냐 IDSC 연구원은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잠수함은 비싼 장난감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호주도 핵잠에 열렬한 구애
우리는 승조원도 모자라
동남아 국가뿐만 아니라, 호주 해군 역시 핵추진 잠수함 도입 시기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 기존 호주는 미국, 영국과 오커스 안보동맹을 체결하여 2040년까지 8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미국의 버지니아급 잠수함 2척 구매를 희망하고 있는데, 미 의회는 안보 공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해군도 북한의 잠수함 전력 증강에 따라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한·미 원자력 협정 하위 내용을 수정하지 않으면 운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지어 우리 해군은 잠수함 승조원 인력 확보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군은 2016년부터 5년간 712명의 인력을 양성했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과 급여 및 지원 프로그램을 이유로 368명이 이탈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