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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샷 Dec 18. 2020

비싼 그랜저는 어떻게 한국의 국민차가 될 수 있었을까?

국민 MC, 국민 여동생, 국민 여자친구, 국민 배우 등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향유하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보통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차를 이야기할 때 연상되는 자동차는 바로 쏘나타였다. 


그런데 최근, 국민차라는 칭호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차의 대명사였던 쏘나타의 판매량이 급감함과 동시에 그랜저의 판매량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그랜저는 한때 고급차의 대명사로 여겨졌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과연 어떻게 그랜저가 국민차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이번 글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출처 - 보배드림

부유한 상류층의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랜저는 1986년 처음 등장한 이래로 꾸준히 고급차의 대명사로 자리하며 그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제네시스 출범 이전까지 그랜저는 꾸준히 국내 최정상 세단 자리에 위치했으며, 이에 따라 부유층과 상류층의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한때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했던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그랜저로 답했습니다”라는 광고 멘트는 이러한 그랜저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3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덕분에 그랜저는 아직까지 중장년층 사이에서 고급차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그랜저가 국민차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랜저 TG 때부터 

젊어진 디자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랜저가 국민차의 위치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은, 4세대 모델 그랜저 TG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출시된 그랜저 TG를 통해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느낌을 주려는 디자인적인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전 세대의 모습에서 탈피한 4세대 그랜저 외관에 대해 사람들은 호불호 갈리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그랜저는 부의 대명사로 자리하며 고급차의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었다. 때문에 이와 어울리지 않는 젊은 디자인에 반감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랜저는 TG와 XG를 통해 계속해서 젊은 이미지를 조금씩 더해갔으며, 고급 이미지와 동시에 젊은 층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해갔다. 

작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국민차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풀체인지를 통해 젊은 디자인으로 변화를 시도해오던 그랜저는 지난 2019년 12월, 가히 혁신이라고 불릴만한 시도를 하게 된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그랜저의 전면부 그릴에 그 어떤 차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다. 


처음 디자인이 공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인터넷에선 그랜저의 혁신적인 디자인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 출시 이후 그랜저의 판매량은 그야말로 수직 상승했다. 코로나19의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올해 11월까지 총 13만 5,109대라는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인 것이다. 

차급 별로 겹치도록

가격을 구성했다

젊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전략적인 가격 구성도 그랜저의 높은 판매량에 한몫했다. 차급 별 가격대를 트림에 따라 일부 겹치도록 출시한 것이다. 가령 중형 차량인 쏘나타 가솔린 2.0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가격은 3,298만 원이며, K5 가솔린 1.6 터보 시그니처 트림의 가격은 3,151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보다 차급이 한 단계 높은 그랜저의 저가 트림, 가솔린 2.5 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3,294만 원으로 중형 차량인 쏘나타와 K5의 최고 트림 가격대와 완전히 일치한다. 가격 구성이 이렇기 때문에 차량의 옵션을 선택할지, 아니면 일부 옵션을 포기하고 차급을 높일지 고민에 빠지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랜저의 기본 사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중형 쏘나타, K5의 최고 트림과 준대형 그랜저 하위 트림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 중 대부분은 그랜저를 선택하게 된다. 고급차의 이미지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하위 트림임에도 상당히 괜찮은 옵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저의 기본 트림인 프리미엄의 경우 전자식 변속 버튼이나 지능형 안전 기술, 12.3인치 내비게이션 등 최첨단 고성능 사양이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있다. 또한 전 좌석 열선 시트나 열선이 포함된 가죽 스티어링 휠 등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도 하위 트림부터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게다가 가장 하위 트림인 프리미엄 트림과 한 단계 상위 트림인 프리미엄 초이스 트림의 가격 차이도 60만 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프리미엄 초이스를 선택할 경우, 앞 좌석 통풍 시트와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의 편의 기능까지 추가된다.


현대자동차의 가격 구성이 이러한 지라 중형 차량의 상위 트림을 구매하려다 돈을 조금 더해서 그랜저의 하위 트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 길거리에서 그랜저를 자주 마주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네시스의 출범으로

고급차의 자리를

넘겨줄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도 그랜저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그랜저를 상회하는 고급형 차량이 부재했던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하며 그랜저의 위상을 제네시스로 계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부유층의 차량이라는 그랜저의 위상은 제네시스의 동급 차량인 G80으로 자연스럽게 승계되었다. G80으로 고급차의 자리를 넘겨준 그랜저는 지금까지 쌓아온 젊은 이미지로 세대를 아우르는 차량의 자리로 이동하게 되었다. 결국 국민차와 고급차의 역할을 분담하여 판매량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두 모델 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국민차의 

등장이 기대된다

“국민 ~ ”라는 위상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현재 국민 MC와 10년 전 국민 MC가 다르고, 지금의 국민차가 10년 전 국민차와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과거 고급차의 위상을 과시했던 그랜저가 오늘날 국민차로 자리한 것은 그랜저의 이미지 변신과 현대자동차의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과거 쏘나타가 차지했던 국민차의 타이틀을 그랜저가 차지했으니, 언젠가는 새로운 국민차의 자리를 G80이 차지하게 될 날도 오게 되지 않을까? 34년간 명맥을 이어오며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한 그랜저처럼, 많은 자동차들이 꾸준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차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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