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F-22 랩터 일부를 퇴역 목록에 올렸다. 대상 기체는 F-22A Block 20 32대로, 지난해 의회에 의해 퇴역 시도가 좌초된 바 있다. 2024 회계연도 예산 요청안에서도 전력에서 제외된 F-22는 현재 훈련 목적으로만 운용되고 있다.
미 공군이 F-22 30여 대를 퇴역시키려는 이유는 전투력 저하다. Block 20 버전에 탑재된 구형 소프트웨어는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를 개량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이에, 차라리 6세대 전투기 NGAD 사업이나 F-35 추가 도입 등 전력을 완전히 교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이다.
고조되는 군사 갈등
턱없이 부족한 전투기
그러나 올해도 미 의회가 F-22 퇴역을 가로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미첼 항공우주력연구소 더글러스 버키 박사는 디펜스뉴스에 낸 기고문에서 “F-22 32대를 퇴역시키려는 공군의 예산 중심 요청을 저지하는 동시에 공중 우위 임무에 필요한 자원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미 공군 전투기 재고는 1990년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반면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 굴기 등 신냉전 기류에 따라 안보 위협은 고조된 상태이다. 결국 실전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제공권을 확보하는 F-22를 퇴역시키겠다는 공군의 주장은 안일한 판단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아직 불투명한 NGAD
결국 모든 것은 돈 때문
전투기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미 공군의 예산은 냉전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그나마 요청했던 전투기도 매년 수량을 채우지 못했다. 버키 박사는 공군 전투기 편대의 노후화와 소규모화를 지적하며 “F-22가 전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나 적국 4세대 전투기를 무찌르기에는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후 F-22의 전력 공백을 NGAD 프로그램이 메꿀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미 공군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은 2030년이 되어서야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데, F-22는 2024년 곧바로 장기 보관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버키 박사는 F-22의 노후화를 인정하지만, 결국 모든 원인은 돈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공군이 지난 31년 연속 육·해군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왜 공군의 자원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