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텀블벅 후원을 한 <그대가 조국> DVD가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조국을 지키자!'라며 검찰청 앞에서 촛불을 들었고, 박근혜 탄핵집회에도 못 나갔었던 나도 LED 촛불을 들고나갔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검찰에 분노하고 조국에게 안타까워한다는 사실에 조금 답답함이 해소되는 듯했다. 그러나 조국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표적수사에 말도 안 되는 혐의로 감옥에 가 있고, 지금은 디스크가 파열되었는데도 수술을 위한 형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주지 않는다. 검찰을 위시한 권력자들은 조국 일가를 말 그대로 죽이기로 작정한 모양새다. 그들은 조국을 밟고 권력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국이 이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붙잡고 있는 건, 노무현과 노회찬 박원순이 그렇게 간 후 일이 어떻게 되는지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국은 문재인 정권에서는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었고, 국민의 힘에게는 '윤석열 대통령되기'의 희생양이다.
당시 대로에서 거대한 깃발을 들고 흔들던 한 청년.
<그대가 조국>은 많은 것을 담고 있지 않다.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고 결론도 나지 않았다. 여전히 조국 일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조국이 어떻게 범죄자라는 이름을 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아는 사람도 많지가 않다. 사실 정치뉴스를 항상 챙겨보는 사람도 그걸 단번에 짧은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여기에는, 조국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혐의인 '동양대 표창장'에 주목해서 관련 증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수능이 아닌, '고등학생이 여러 스펙을 쌓아 지원하는 수시전형'은 이명박이 만들어낸 입시전형이다. 거기에 많은 고등학생들은 인턴, 봉사활동, 논문, 책 출판 등을 하며 스펙을 쌓는다. 당연히 이것들은 인맥과 돈이 필요하다. 이명박은 인맥과 돈 있는 사람들이 더 쉽게 대학을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이 전형을 있는 그대로 실제 자기 능력으로 노력한 학생도 있을 수 있고, 온갖 인맥과 돈을 동원해 비리와 표절 등으로 얼룩진 입시를 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입시전형이 생긴 것 자체가 문제지만, 그렇다고 이 입시로 입학한 학생 모두를 처벌하게 된다면 지난 수년간 수만, 수십만 명의 대한민국 대학생을 조사해야 한다.
정경심과 조민은 전자인가 후자인가? 그 수사와 기소는 논리적으로 합당했는가? 다른 힘들이 개입하지 않았나? 그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갈린다. 뉴스에는 나오지 않은 증인들과 수사에 대한 이야기와 인터뷰가 자세히 나오므로, 조국 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여기에 현재 대통령이 된 윤석열의 정치 행보를 보면, 더욱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는 과연 정당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의혹으로 봐도 훨씬 더 비리가 많아 보이고, 논문 표절로 얼룩진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장관의 자녀들에게 검찰은 기소조차 안 하고 있다. 조국을 쥐 잡듯이 잡아서 대통령이 된 그는 과연,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는가?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치뉴스를 많이 봤지만, 지금은 정치뉴스를 많이 보지 않는다. 너무 지쳤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들에도 체할 정도로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러던 와중에 <그대가 조국> DVD가 와서 그저 옛 생각이 다시 났다. 이미 영화관에서 본 <그대가 조국>을, 이 DVD로 다시 볼 정신은 없다. 만약 끝내 해결되지 않고 끝나는 역사가 된다면, 그저 이런 일이 있었다의 기록으로 남겨지게 되겠지. 바라던 대로 잘 해결이 된다면, 그제야 다시 한번 꺼내어 곱씹어 볼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