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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시모프 Sep 07. 2022

<공조2> 익숙한 바로 그 집 맛

평양 사투리를 쓰는 잘생긴 북한 군인 림철령(현빈)과, 구수하고 못생긴(?)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가 돌아왔다. 2017년 작 <공조>는 그 둘이 남한으로 넘어온 범죄자를 같이 공조 수사하며 잡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여타 유명 액션 영화를 베낀듯한 줄거리와 연출, 캐릭터들은 평론가들의 혹평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단순하지만 코믹과 액션이 어느 정도 조화가 된, 잘생긴 북한 군인과 못생긴 남한 형사의 케미를 즐겼다. 관객수는 780만 명을 넘으며 대 성공을 거두었다.


5년 만에 돌아온 <공조2:인터내셔날>은 반갑게도 모든 것이 그대로다. 강진태를 구박하는 표강호(이해영) 반장부터, 어린 딸이었지만 이제는 중학생이 된 강연아(박민하)까지. 강진태 집에 얹혀사는 처제 박민영(임윤아)은 전작에서보다 더 비중이 커졌다. 북한 측에서도, 림철령을 아끼던 원형철(전국환) 대장도 여전히 건재하다. 속편에서 인물이 바뀌면 그 안에 몰입하는 데 조금 지장을 주기 마련인데, 익숙한 그 캐릭터와 세계관에 바로 몰입을 할 수 있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감독이다.


전작 <공조>를 만들었던 감독은 <마이 리틀 히어로>, <창궐>을 만든 김성훈 감독인데, 아마 <공조>에서 비난을 받았던 부분과 <창궐>의 흥행 실패가 감독 교체의 이유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공조2:인터내셔날>의 감독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과 <히말라야>를 연출한 이석훈 감독이다. 평론가들의 평은 안 좋았지만 오락용 영화를 만드는 데 크게 더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업그레이드된 속편

전체적인 연출이나 음악은 <공조>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업그레이드되었다. 일단 미국 FBI의 잭이라는 역으로 다니엘 헤니라는 미남 최강자가 투입되었다. 전작에서도 현빈과 유해진의 외모를 비롯한 캐릭터 비교가 웃음을 자아냈는데, 여기에 다니엘 헤니가 끼면서 미남 삼각구도(?)가 완성되었다. 셋이서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가는 장면은 웃기지만 꽤나 잘 어울린다.



액션의 스케일면에서도 전작을 압도한다. 영화는 우선 뉴욕 시가지 총격전으로 시작한다. 장갑차가 날아가고 폭탄이 터지고 기관총이 난사되는 등, 팡팡 터지고 부시는 재미를 잘 충족시켜준다. 특히 <공조>에서 꽤 괜찮았던 특수요원들 간의 맨몸 액션은, 훨씬 다양하고 박진감 있어졌다. 넓은 공간보다 좁은 공간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액션 또한 볼만하다. 또, 전작에선 그저 주인공들을 방해하려고만 했던 국정원 요원의 활약도 재미있다. 특히 전작에서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액션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였는데, <공조2:인터내셔날>에서는 여러 장치들을 넣어 마지막으로 갈 수록 긴박감을 더해준다. 음악 역시 전작과 이어지는 신나는 락 장르의 음악으로 흥을 더해준다.


전작의 스토리라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인터내셔날'이라는 주제답게 조금 더 세련되고 조금 더 커진 스케일은 훌륭한 속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거나, 진부하거나

<공조2:인터내셔날>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역할을 맡은 배우가 가진 익숙한 캐릭터들이다. <크리미널 마인드>에서와 같은 에이전시인 다니엘 헤니, <범죄도시>에서처럼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범죄자 진선규. 심지어 러시아의 고려인 세르게이로 등장하는 김원해는,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역시 러시아 고려인 블라디미르 고자예프로 등장해 감초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이처럼 그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는 건 관객에게 익숙하기도 하지만, 이미 소비된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진부하게 느낄 수도 있다. 별다른 생각없이 본다면 익숙해서 쉽게 몰입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영화나 드라마가 생각나서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경영이 언제나 '진행시켜'를 말할 거 같은 회장님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익숙한 캐릭터를 가져오는 건 양날의 검이다.


또한 스토리 진행 구조가 전작과 너무 비슷해서, 액션이 어떻게 진행될지 반전이 어디서 일어날지까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속편이라는 의미에서 그것 역시 익숙하거나, 진부하거나. 호불호가 갈리게 된다. 전작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인질극, 폭탄, 추격 장면, 시가전 등도 어디선가 보았던, 클리셰 가득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업그레이드된 액션을 보는 것으로 충분히 눈은 즐겁지만, 분명 진부하게 볼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전작이 익숙함 때문에 B급이 되어버린 영화라면, <공조2:인터내셔날>은 분명 익숙함을 좀 더 장점으로 살린 영화다. 유치함은 조금 더 덜어내고 개연성을 조금 더 넣었다. 다만 진선규가 맡은 더벅머리를 한 장명준은, 이미지가 너무 <범죄도시>와 흡사해서 위성락이 감옥 갔다가 출소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에 비하면 전작 <공조>는 故김주혁이 맡았던 차기성이라는 빌런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 메인 빌런은 전작이 더 낫다고 느껴진다.




<공조2:인터내셔날>은 재미있는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고 싶을 만큼, 다음엔 또 어떤 사건으로 이들이 만나게 될지 보고 싶어 질 만큼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공조>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이라면, 분명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또한 추석 연휴 때 가족, 연인들과 함께 즐기는 마음으로 볼만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서 가볍게 영화를 보는 것 또한 영화의 본질 아닐까?





* 영화와 인문학을 접목한 저의 브런치북 <사소하지만 무거운 영화들> 도 재미있습니다 :)

https://brunch.co.kr/brunchbook/haveyou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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