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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시모프 Oct 26. 2022

<리멤버> 끝나지 않은 친일, 계속되는 삶

'친일(親日)'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단지 일본과 친하다거나, 일본의 문화를 좋아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친중, 친미와 다르게 친일은 친일 반민족 행위를 뜻해왔고, 친일파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말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적극적으로 일본에 부역해 반민족 행위를 일삼아 자신의 권력과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미군정은 1945년 해방 이후, 다시 친일파를 정부의 요직에 앉힌다. 경찰들도 친일파들이 그대로 남았다. 그들은 6.25를 거치며 공산당을 몰아낸다는 명목으로, 친일파를 척결하려는 독립운동가들을 때려잡았다. 실제로 독립운동가 중에는 계급을 타파하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꽤 있기도 했다. 그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특이하게도 한국에서는 친일이냐 친북이냐의 논쟁이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친일파를 제대로 단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리멤버>는 친일파들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이 죽기 직전 하는 복수극이다. 친일로 당시 국민들에게 갔던 피해를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이런 사람들이 친일파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한다. 영화에서 처단되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 친일파이면서 기업 회장이나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 몇몇 인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리메이크 영화라는 구성을 등에 업고, 가족의 복수라는 당위성을 가지고 친일파를 말 그대로 시원하게 처단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하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을 맞고 죽은 사망일 10월 26일에 개봉한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필주(이성민)는 T.G.I. 프라이데이에서 근무하는 가장 나이 많은 아르바이트생이다. 80 노인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몸동작이 아주 정정하고, 신세대의 감성을 알려고 노력해 꼰대가 되지 않으려 하는 노인이다. 하지만 그는 또 뇌암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이기도 하다. 그는 프라이데이에서는 '프레디'라는 닉네임을 쓴다. 필주와 같이 일하는 인규(남주혁)는 '제이슨'이라는 닉을 쓰며 필주와 세대를 넘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필주가 복수를 감행하는 동안 인규는 얼떨결에 휘말려 도와주게 되는데, 복수라고는 하지만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두 콤비의 이름이 프레디 X 제이슨이라는 지점이 피식거리게 만든다. 영화 내내 둘은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60년을 기다린 필생의 복수지만 생각만큼 치밀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영화는 '80살의 전직 군인 노인이 하는 복수'라는 지점에서 현실성을 부여하려 한다. 필주의 행동이나 계획, 감정선은 그런 지점에서 관객을 몰입시킬 만큼 힘이 있다. 인규의 연기나 캐릭터가 약간 붕 뜨긴 하지만 늙은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에서 잘생긴 배우의 얼굴이 등장해주는 것만으로도 좀 환기가 되는 느낌이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신파를 빼고 건조하게 흘러가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감독이 할 말이 많아서였는지, 복수를 하면서 설명이 많아진다. 설명이 많아지다 보니 현실성이 갑자기 떨어진다. 이런 영화에는 치밀함이 필수고 그 치밀함이 마지막까지 이어져 터트리는 재미가 있는 법인데, 영화에서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치밀함보다는 메시지를 설명하고 감정을 호소한다. 결과적으로는 현실적으로 만들려 했으나 현실적이지 못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노스맨>, <존 윅>이나 인도영화 <RRR>처럼 시원하고 말도 안 되는 통쾌한 멋진 액션으로 범벅했으면 어땠을까? 현실에 각시탈이 나타난 것처럼. '친일이고 뭐고 다 때려 부수자'였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 영화에는 한국영화의 큰 문제점인 '너무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함'과 '정의로운 감정에 호소함'이 다 들어가 있다.


실제 한국은 친일파에 대한 처결이 없었고, 아직도 그들은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도 경악할만한 사실이다. 이 지긋지긋한 악몽이 끝나지 않은 한국에, 친일파 척결에 대한 메시지가 들어간 영화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영화도 메시지만 중요한게 아니라, 재미있어야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 초중반에 재미있게 끌고 올라가던 이야기가 있으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볍게 본다면 '친일파를 처단하자!'라며 볼만한 영화다. 하지만 아예 더 과하거나, 조금 더 깔끔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내내 남는다.





* 영화와 인문학을 접목한 저의 브런치북 <사소하지만 무거운 영화들> 도 재미있습니다 :)

https://brunch.co.kr/brunchbook/haveyou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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