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여름과 가을 사이, 한 자락의 틈도 주지 않고 더위와 서늘함을 왔다 갔다 한다. 그 사이에 나무들은 화들짝 데인 듯, 급하게도 이파리를 붉히고 떨구어낸다. 맑은 하늘 아래 비치는 오색의 낙엽들이 피어나고, 이 짧은 숲의 환영은 곧 지나가겠지 - 라는 생각에 산성역에 내려 남한산성으로 올라서는 청량산 입구 산길로 들어선다.
입구를 지나 산길을 올라서면, 누군가 이쯤에서 쉬어가야 한다는 듯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그 위에 쉬고 있는 것은 낙엽뿐이지만 벤치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듯 묵묵히 앉아있다.
가을산의 이파리들은 저마다의 색을 뽐낸다.
그것은 봄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들 보다도 더 화려한 죽음의 군무인 셈이다.
아침 해가 떠서 서늘한 산길을 비추면, 빛은 찬란한 색으로 부서지며 숲을 거닌다.
하늘과 땅에는 붉고 노랗고 푸른빛이 서려, 서늘한 바람 앞에서 각자의 노래를 부른다. 사각사각 밟혀 저미는 낙엽이 따스하게 산을 안고 잠이 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