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에서 주변을 조금만 다르게 바라봐도 여행이다. 어느 멋진 여행지에서만 멋진 풍경과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항상 다니는 거리에도 같은 햇살이 같은 구름이 같은 노을이 진다. 종종 고개를 들어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자. 매일 달라지는 하늘을 보며 하늘멍에 빠져보자.
어느 날은 햇무리가 강하게 나타났다. 마치 무지개가 하늘에 떠있는 듯했다. 그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지 않은 사람은 지나쳤을 풍경이다.
어느 날은 하늘이 불타는 듯이 노을이 졌다. 붉은 노을은 항상 나타나지 않는다. 구름과 먼지와 태양의 위치가 적절해야 한다. 그날의 하늘은 유난히 붉었다.
어느 날의 노을은 금빛이었다. 파스텔 톤으로 저미어가는 하늘 끝자락에, 금빛으로 수 놓인 산등성이가 아름다웠다. 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어느 날의 하늘은 하와이안 블루였다. 건물의 중정으로 올려다본 하늘은 커다란 뭉게구름과 대비를 이뤄 고혹의 자태를 뽐내었다. 구름은 서서히 동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별을 바라보기 위해 올라선 건물 옥상에서, 해가 다 저문 하늘빛이 신비로웠다. 검게 물들어가는 노을 색이 북두칠성까지 스펙트럼을 만들며 하늘을 밤으로 칠한다.
어느 날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남쪽 바다 같았다. 언덕에 옹기종기 앉은 집들 위로 푸르게 드리워져 감싸 안아주었다.
내일도 모레도, 그날의 하늘은 그날뿐이다. 하루를 살아가듯 또 한 번 하늘을 바라보며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