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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시모프 Jul 11. 2022

눈이 내려앉은 겨울 골목길의 냄새

지난겨울 산책길

늘 말하지만, 나는 여기 성남의 모란역 수진역 태평역 주변만큼 골목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동네를 보지 못했다. 한 블록의 골목에서 다른 블록으로 산책하기만 해도 다른 동네에 온 것 같은, 다른 시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요새 성남은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한다. 너무 덥고 습해서 산책을 다니기 힘들어, 지난겨울에 찍었던 눈이 온 골목 사진을 대신할까 한다. 겨울 골목은 차가운 한기 대신, 어쩐지 포근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눈이 세상을 마침내 덮어주니까. 한여름에 겨울 골목여행을 해 보자.


이 산책은 남한산성 닭죽촌에서, 남한산성역을 지나 은행 식물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닭죽촌 민속마을에서 수정로로 돌아가는 터널공사현장. 반대쪽이 안 뚫려서 무섭다. 지금은 공사가 끝났다.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골목길이 있는 단대동 은행동 역시 경사가 매우 심하다. 거의 모든 골목에 계단이 있다.
눈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자국이 얼마 없었다.
공원 앞 길. 누가 친절하게 길을 따라서 눈을 예쁘게 쓸어 놓았다.
상원여중 근처에 골목에 있는 열린 도서관이라고 해야 하나. 책을 볼 수 있게 되어있다.
골목길 산책에는 고양이가 빠질 수 없지.
누군가 이렇게 작고 예쁜 눈사람인지 눈 오리 인지를 만들어 놨다.
쓰레기를 소각하던  공용 쓰레기통. 이런 건 정말 몇십 년 만에 처음 본다.
골목길에 위를 보면  가정집 사이로 보이는, 뜬금없는 거대한 불상. 실제 길을 가다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골목마다 보일러에서 나오는 김으로 뿌옇게 물들었다.
은행동에서 은행식물원 올라가는 길. 여기 빌라촌은 유난히도 좁고 높아서, 마치 마계에 온 느낌이 든다.
마계니까 흑백으로 찍어보았다.
은행식물원은 언덕 꼭대기에 만들어놔서, 겨울이든 여름이든 가기가 힘들다.
식물원에서 바라본 동네 풍경. 서늘한 겨울바람아래 옹기종기 사람들이 살고 있다.





식물원은 겨울이라 그다지 볼 건 없었지만, 식물원이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본 동네 풍경은 기분이 좋았다.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곳의 골목길을 다 다니지 않는다. 항상 다니던 길만 간다. 여행이라는 것은 꼭 멀리 가야만 여행이 아니다. 내가 항상 다니던 곳에서 조금만 비껴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여행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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