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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시모프 Jun 13. 2022

기름냄새 나는 시장 골목을 걷다

기름 골목이 있는 모란 5일장 거리

모란장은 서울 근교에서 아직 남아있는 꽤 큰 전통 5일장이다. 8호선 모란역에 내리면 바로 접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기도 하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시의 지원 아래 아직도 크게 흥하는 장이다. 실제로 장날인 끝자리가 4,9일인 날에는, 모란역 주변부터 장터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다.


원래 이곳은 전통적으로 개고기를 사고파는 곳으로 유명했고 보신탕집들이 즐비했으나, 이재명 시장이 오랜 협상을 한 끝에 개를 직접 사고파는 행위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전만 해도 철창에 짐처럼 갇혀 팔리는 개들이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지금도 건강원들이 있고 보신탕집이 아직도 있긴 하지만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


오늘은 장날에 가보기보다, 장이 서지 않는 날에 한번 골목을 둘러보았다. 장날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어서다. 특히 모란시장 골목은 기름골목으로도 유명해서, 전통 방앗간과 기름집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시장 골목으로 들어서면, 우선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반겨준다.


시장 골목 바닥을 정비해서, 물이 잘 빠지도록 만들었다. 장날에는 시장으로의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다.
오래된 건물에 그려진 글씨와 그 위에 덧붙여진 간판과 표지판들. 세월이 켜켜이 쌓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통 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건어물 코너. 진미 오징어는 어릴 땐 참 많이 먹었었는데, 슬프게도 요샌 이가 안 좋아서 못 먹고 있다.
둥굴레 차의 원료인 둥굴레를 한 되 단위로 팔고 있다.
가시오갈피처럼 보이는 약재들도 팔고 있다. 누가 사가는지 모르겠지만, 장날엔 그럭저럭 장사는 되나 보다.
시장 뒷골목은 이런 2-3층 빌라들로 되어 있다. 오래된 양식인 외부로 노출된 계단이 정겹다.
기름골목에 들어서자 다양한 방앗간들이 보인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다.
위처럼 보이는 오래된 간판을, 현대적인 간판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위생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운치가 없어지는 건 좀 아쉬웠다.
건물 안쪽으로도 시장은 이어진다.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서 건어물과 기름 냄새가 풍겨온다.
건물 안에 있는 정겨운 모습의 상회. 간장 고추장부터 잡다한 걸 팔고 있다.
건물 안쪽에 있는 상점들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겉은 현대화되었지만 속은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물건을 옮기는 구르마(손수레)의 타이어들. 쓰다가 교체한 것을 모아둔 것 같다.
기름짜는 틀은 옛날 기계들을 교체해서 밖에 내 놓았다. 나무로 만든 틀이 세월을 말해준다.
시장 모퉁이 가게에 있는 후앙(팬)과 하수구. 지금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성남의 모란역 주변 동네는, 이렇게 오래된 대문을 유지한 집들이 많다.
하지만 시장 안에 있는 가발 가게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도 한다. 언제 봐도 으스스하다.
시장 골목의 반대편 끝에는 사진에는 잘 보이진 않지만 삼성플라자와 스타벅스가 보인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골목. 가게가 닫혀있는 이유는 장날이 아니어서다.


전통시장, 그것도 민속5일장이라는 것은 현대인에겐 잘 맞지 않는 곳일지도 모른다. 검증된 공장과 브랜드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기도 하고, 때론 흥정으로 값을 매겨야 하니까. 그래도 이곳에서 오래된 세월과 삶이 묻어있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살아서 흔적을 남기는 삶이 무엇인지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모든 것이 다 새것으로 바뀐 세상보다, 나이테처럼 쌓인 세상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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