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딱 이맘때, 신천지를 통해 코로나가 갑자기 한국에 확 퍼지게 되고 누적 확진자는 9만 명에 육박했다. 하루평균 20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와, 언론에서는 여기저기서 큰일 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시 코로나는 마땅한 백신과 대응책도 없어서 치명률도 높았다. 지금은 계속되는 변이로 증상과 치명률이 낮아지고 백신의 효과로 증상이 완화되는 게 있어서인지 몰라도, 하루평균 9000명 정도가 걸리고 있는데도 오히려 마스크를 벗도록 하고 있다. 다들 무감각해진 것인지.
내가 다니던 사진 동아리도 타격을 받았다. 모여서 정모 출사를 가는 게 낙이었는데, 정모를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냥 카메라를 들고, 멀리 가지도 못하고 동네를 산책하며 사진들을 남겼다.
길을 걷다가, 도로표지판이 머리 바로 위에 만들어진 곳이 있어 희한해서 찍어봤다. 보통은 좀 더 높이 달려있지 않은가? 이 표지판은 손들어 뛰면 닿을 것 같은 위치였다. 왜 이렇게 낮게 달아놓았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당시 늦게까지 하던 피자집. 간판과 겉모습이 예뻐서 언젠가 찍어보겠다 하고 벼르다가 찍었다. 피자도 시켜 먹어봤는데, 씬피자가 없어서 나에겐 좀 안 맞았다. 안타깝게도 이곳은 지금 폐업해 사진으로만 남았다.
동네에 있는 푸르지오 건물 중정으로 가는 길. 푸르지오는 굉장히 미니멀한 건축디자인을 표방하는데, 종종 그 모습이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푸르지오처럼 1인 가구가 잔뜩 밀집한 오피스텔을 이런 방식으로 짓는 건 닭장 같은 인상을 심어준다. 문정동에 있는 송파파크 하비오만큼은 아니지만, 성남동의 푸르지오도 반듯한 네모 안에 가둬진 느낌이 든다.
휴대폰이 생기고 나서 공중전화는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KT는, 공중전화박스가 위급시 전화가 없을 때, 범죄자로부터 대피역할 등이 있으므로 적자라도 계속 유지하겠다 했다. 내가 어릴 때 보았던 문이 반으로 접혀 열리는 박스 괜찮았는데, 유리가 깨지는 등 많은 문제가 있던 모양이지. 아예 문을 없앤 걸 보니. 저 하늘색 전화박스도 나는 개성 있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처럼 빨간 전화박스로 또 바뀌었다.
성남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던 한 사람. 원래 성남운동장은 밤에도 개방해서, 사람들이 자주 걷고 뛰며 운동을 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진 찍고 얼마 뒤, 이곳은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 임시 선별 검사소가 들어서서 운동을 전혀 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공원 전체가 테이프로 감겨 출입 자체를 못하게 막았다. 지금은 다 풀리고 조금 더 운동하기 좋게 공사를 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던 힘든 시기도 시간이 지나면 다 그랬었지 하고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