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일어나 그날그날 주어진 해야 할 일들에 맞추어 살다가, 무언가에 웃기도 하다가, 무언가에 화를 내기도 하다가, 무언가에 슬퍼하기도 하다가 다시 잠자리에 든다.
잠깐, 잠깐만요. 자고 일어나서 계속해요.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일어나기를 수천 번이 넘도록 반복하면서도 나는 하루의 삶이라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고, 내가 언제 태어났는지도 망각한 채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채 연말 명동거리의 인파처럼 틈새에 끼어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다.
어른이 된 나를 다독이면서도, 문득문득 전혀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내 안에 있는 유치한 어린이의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그것을 들키지 않았나 싶어 주위를 둘러본다.
잠깐, 잠깐만요. 이것 좀 치우고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어른인 것처럼 살아간다. 어느 노래의 노랫말처럼 나 혼자만 뒤쳐져 가고 있는 걸까. 심호흡을 하며 잠깐이라도 그 흘러감에서 정신을 차려보려고 하면, 사실 그 흐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새벽 두 시의 적막감에 쌓여 방안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무엇을 하고 있건 미래는 불확실하다. 하도 한탄 섞인 투정을 많이 해 보아서 이런 것쯤, 그냥 잠깐 지나간다는 것도 안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는 것처럼, 한숨도 지나가고 생각들도 스쳐 지나가며 달력의 종이들은 얼굴을 때리고 펄럭이며 뒤로 날아가버린다. 어느새 마흔도 몇 년이 지나고, 4월의 마지막 일주일이 또 다가온다. 정말 시간은 쏜살같다.
잠깐, 잠깐만요.
날아가는 달력을 붙잡으려 내민 손은 부질없이 허공을 부여잡는다. 한참 뒤에야 멍하니 쥐고 있던 손을 펴고 시나브로 사라져 가는 날들에, 잘 있으라 애써 미련을 인사로 바꾼다.
앞을 보아야 걸어갈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