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요?

프리랜서에 대해 가지는 오해들

by 카시모프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다변화되면서, 프리랜서라는 직종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무엇인지는 프리랜서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잘 모를 때가 많다. 미디어에 나오듯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지각 퇴근 신경 안 쓰며 일하는 멋진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건 아닐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일하면서 느끼는 것과 사람들이 가지는 오해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프리랜서는 대체 무엇인가?

프리랜서는 직업의 한 형태일 뿐, 그 안에 들어있는 많은 세부 형태는 직업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프리랜서는 글 쓰는 사람도, 그림 그리는 사람도, 프로그램하는 사람도, 영상 찍는 사람도, 음악, 건축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단순하게 '프리랜서'라고 말하면, 그들을 한꺼번에 묶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프리랜서에 대한 에세이를 출간하는 프리랜서는 글이나 사진을 업으로 삼는 프리랜서가 많다. 그리고 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프리랜서는 업종의 한 종류다. 국세청에서는 이를 '사업자나 개인이 물적 시설 없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독립된 자격으로 계속적, 반복적으로 용역을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 인적용역 사업 소득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렵게 쓰여 있는 것 같지만 세금으로 생각하면 쉽다. 프리랜서는 특별한 곳에 고용이 되어있지 않은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세금을 낸다. 3.3%는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 소득 원천징수다.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1인 기업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럴 땐 세율이 달라지고 영업도 달라진다. 규모가 큰 일일 수록 사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건 사업자지 프리랜서는 아니다.


즉 개인사업을 하는 사업자, 사업자 또는 사업체에 고용되어있는 근로소득자, 아니면 프리랜서. 이렇게 크게 나눠진다고 보면 된다. 필요할 때 여기저기 끼여 쓰이는 '용역'이 바로 프리랜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용병'과 어원도 역할도 같다.



프리랜서는 시간이 자유롭다?

프리랜서는 근로계약에 속해있지 않다. 따라서, 노동법이 정하는 법정근로시간 기준이 없다. 만약 일정기간 동안 출퇴근을 해야 하는 업무라면 따로 계약서에 업무시간에 따른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 외에는 작업 일정 자체가 근로시간이 된다. 그러므로 간단히 생각하면, 출퇴근하지 않고 편한 시간에 일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시간 내에 높은 퀄리티를 요구하기 마련이므로 일반적인 시간 외적으로 작업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미리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뭐라고 반박할 거리가 없다. 오히려, 급한 일이 생겼을 시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귀책사유가 된다. 따라서 프리랜서가 작업에 들어가면 24시간 대기상태인 경우가 많다. 꽤나 많은 경우에, 클라이언트가 퇴근이나 주말에 일을 주고 다음 출근 전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그렇게 급하게 작업을 해야 할 경우에, 언제든 작업을 시킬 수 있는 프리랜서를 선호하기도 한다. 급하게 연락이 온다면 밥을 먹다가도, 연인과 데이트를 하다가도 일이 생기면 노트북을 열고 바로 작업해서 보내줘야 한다. 그래서 프리랜서는 보통 근로자보다 페이를 많이 받는 것이기도 하다.


프리랜서가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은 다음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1. 기본적인 작업시간을 존중해주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인가?

2. 내가 나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잘 컨트롤할 수 있는가?



프리랜서는 돈을 잘 번다?

프리랜서는 근로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에 있어서 무한경쟁이다. 더군다나 '프리랜서 디자이너'처럼 같은 직종에 기업들이 많은 경우에는 그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면 순간적으로 도태된다. 바로 저번에 괜찮은 일을 마무리했던 클라이언트라도, 이번에 계약이 반드시 될 거란 가능성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고 잘 버는 사람은 잘 벌지만, 프리랜서를 지속적으로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프리랜서는 어쩌다 페이가 큰 일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보내는 시간들도 있다. 그런 시간에는 대개 일이 계속 안 들어오면 큰일이기 때문에 맘 편히 노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와 자기 계발을 하게 된다. 그리고 페이가 큰 일은 대부분 일정이 길어서, 정작 한 달 단위로 생각하면 별로 크게 못 번 경우도 많다. 또 규모가 큰 일은 프리랜서도 프리랜서를 고용하기도 해서, 비용이 나가는 경우도 많다. 프리랜서가 '돈을 잘 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오지도 않기 때문에 재테크도 직장인보다 어렵다.


이럴 때 돈을 잘 벌기 위해서는 계획적인 소비와 저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에서 '경영지원부서'가 하는 일을 나 혼자 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정해진 비용을 월급형태로 주든지, 일정 금액을 비정기적으로 계속 저축하든지,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일을 맡든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프리랜서는 계속해서 돈에 허덕이게 된다.


프리랜서가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다. 돈 관리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돈을 잘 버는 것이다.



프리랜서는 반려동물을 키운다?

반려동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사실 집에 항상 상주하는 주인이 있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는 일반 직장인보단 프리랜서가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더 적합하다. 그래서 많은 프리랜서들이 반려견, 반려묘를 키운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 중 좁은 원룸에 사는 사람은 반려견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다. 또, 프리랜서라고 해도 하는 일에 따라 출근하거나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냥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일단 나도 안 키운다. 원룸에 살고 있는 데다 고양이 털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래도 사는 곳의 여건이 된다면,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 프리랜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기에 적당한 직업인 것은 사실이다. 혼자서 일하고 있으면 쉽게 지치거나 따분해지므로, 반려동물을 옆에 두고 일한다면 외로움을 덜할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조심해야 한다. 언제 당신의 책상 위로 올라가서 키보드를 두드려 작업물을 망칠지 모르니까.



프리랜서는 여행을 자주 다닌다?

프리랜서가 업무시간을 24시간 대기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난다고 해서 마음대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일이 끝나갈 때쯤 다른 일을 받아서 시작하는 것이 일정상 안전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이 겹쳐있다. 그 안에서 스스로 일을 몰아서 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나도 여행을 자주 가보지 못했다. 여행을 자주 가는 프리랜서는 아마 여행 자체를 업으로 삼는 프리랜서일 것이다. 여행작가, 사진작가 등.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직장인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아무 이유 없이 월차를 쓸 수 있고, 언제든 연차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 업무는 회사의 동료들이 해주고. 프리랜서는 그럴 수 없다.



프리랜서는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절대 그렇지 않다. 직장인은 출퇴근 시간 식사시간이 일정하고, 회사에서 자기 계발을 하는 비용이나 시간을 복지 차원에서 해주는 곳도 있으니 오히려 더 낫다. 사실 학교 다닐 때가 가장 틀에 박힌 것 같아 싫었지만, 그때가 가장 규칙적인 생활을 한 거나 매 한 가지다. 누군가 그렇게 강제하는 규칙이나 사람이 없으면 일어나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중구난방이 되기 십상이다. 아는 사람 중에는 술 마시면서 작업하는 사람도 봤다.


나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건강은 지키고 있고, 운동도 철저히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프리랜서가 운동을 다니며 몸 관리하기 더 쉽지 않냐고 하는데, 시간이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몸에 습관을 배게 하기까지가 정말 힘들다. 프리랜서이면서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는 사람은 정말 독한 사람이다.





프리랜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가장 큰 캐릭터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아닐까 한다. 글 쓰는 작가이면서 여행도 다니고 섹스도 하고 성공한 커리어우먼 같은 모습. 그러나 그 정도로 여유 있게 사는 프리랜서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프리랜서는 국가에서 세금 직종분류로 공인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어떤 직업이든 판타지는 있기 마련이므로, 그 직업에 뛰어들기 전에 판타지는 걷어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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