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업무공간과 장비

by 카시모프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어떤 사무실과 장비를 갖춰야 할까?

재택근무, 카페, 스터디 카페, 공유 오피스, 창업지원센터...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장비가 허락하는 한 다양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영상작업을 할 때 무거운 소스나 렌더링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면, 가벼운 노트북을 들고나가서 작업한다. 각각의 업무공간이나 장비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20년 동안 여러 곳에서 여러 장비로 일해 본 경험으로 장단점을 써 보고자 한다.




1. 업무공간



어떤 직종이든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을 달 때엔 먼저 재택근무를 꿈꾼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집 안에서 휴식 공간과 업무공간을 나눌 수 없다면 좀 피곤해진다. 자칫 항상 일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엔 일하다 언제든 내 집 침대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지만, 거꾸로 말하면 조금만 업무가 많아져도 업무시간이 나눠지지 않기 때문에 매일 야근하는 기분이 된다. 스스로 업무시간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재택근무를 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을 분리하는 걸 추천한다.

장점

- 출퇴근이 필요 없다

-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

- 굳이 꾸미지 않아도 된다

단점

- 스스로 조절을 못한다면 일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편히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어진다

- 자칫 씻지 않거나 햇빛을 안 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카페

코로나 이전까지 카페는 프리랜서들이 굉장히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 카페 내에서 절도범도 거의 없어져 노트북 같은 장비를 놔두고 다니기도 편해졌고, 콘센트나 초고속 와이파이, 무선충전 스팟을 제공하는 곳도 많아졌으며 코로나19 이전까지는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많아졌었다. 적당한 화이트 노이즈나 음악이 흘러나오고, 나에게 맞는 카페를 찾는다면 재택근무와 병행해서 필요할 때에 따라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을 분리해서 이용하면 좋다. 하지만 아무래도 재택근무보다는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해서 조금 불편하고, 어찌 되었든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업무용 의자가 아니다 보니 오래 앉아있기 불편하다. 그래도 집안에만 있기에 답답한데 사무실을 구하기에 좀 부담스럽다면, 노트북만으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면 카페를 추천한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 카페에 나가기 힘들다면, 요새는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카페들도 곳곳에 있으니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장점

-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이 분리된다

-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양질의 음료나 음식을 먹으며 일할 수 있다

- 좋은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일 할 때 기분을 좋게 만든다

-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카페를 옮겨 다니며 작업할 수 있다

단점

- 간단한 장비만 가져가 일할 수 있다

- 내 의사와 다르게 손님에 따라 소음이나 분위기가 달라진다

- 콘센트나 와이파이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게 피곤하다

- 생각보다 음료값 지출이 많아진다

- 절도나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

스터디 카페

카페가 좀 시끄러워서 일하기 불편하다면 스터디 카페를 추천한다. 스터디 카페는 예전의 독서실을 카페처럼 바꿨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용하고 오래 앉아 공부하기 좋도록 책상과 의자가 잘 갖춰져 있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휴게실이나 단체로 들어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가격은 시간당으로 할 수도 있고 하루나 한 달 치 정기결제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안이 되어있어 도난 걱정이 별로 없고, 조금 무거운 컴퓨터나 펜타블렛이 있다면 캐비넷을 신청해서 넣어놓고 다녀도 된다.

장점

- 조용한 분위기에 카페 인테리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 보안 시스템, 공기청정기나 가습기, 휴게실과 회의실이 갖춰져 있다

- 무거운 장비를 캐비넷에 놔두고 다닐 수 있다

- 사용빈도에 따라 다양하게 결제할 수 있다

단점

- 독서실처럼 조용해서, 소음을 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 고등학생이나 고시생 등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 부담스럽다

- 카페에 비해 가격이 부담된다


공유 오피스

근 20년 사이에 카페만큼 발전한 것이 있다면 공유 오피스다. 오래되고 허름한 곳도 있지만, 패스트 파이브나 마이 워크스페이스처럼 대형 프랜차이즈 공유 오피스도 있다. 공유 오피스는 사업자등록용으로 주소만 쓰거나 카페 같은 공유 업무공간만 임대할 수도 있고, 개인실을 임대할 수도 있다. 20년 전 소호사무실 임대업부터 경험해본 바로는 럭셔리해진 고시원의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큰 건물의 공간을 잘게 방으로 쪼개서 임대하는 식이다. 어차피 프리랜서는 혼자 일하고, 넓은 공간이 필요치 않다. 또 공유 오피스는 복합기, 프린터기, 프로젝트 회의실, 초고속 인터넷 등 사무공간에 걸맞은 서비스가 구비되어있다. 공간에 따라서 커피나 간식, 심지어 맥주를 주는 곳도 있으며 입주해있는 회사끼리 네트워킹 파티를 하기도 한다.

장점

- 프리랜서지만 제대로 출퇴근하는 기분이 든다

- 각종 사무기기를 무료 혹은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책상과 의자가 사무용으로 구비되어있다

- 업무상 미팅을 진행해도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 기회가 된다면 입주회사끼리 협업을 할 수도 있다

단점

- 임대료가 꽤 든다

- 1인 사무실이라면 스스로 잘 관리하지 않으면 집에서 작업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 여러 명이 같이 쓰는 사무실이라면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해야 한다

- 네트워킹 파티나 협업 종용 등 부담스러운 이벤트가 생길 수도 있다

- 관리인에 따라 업무에 자주 간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 방송, 회의 등)


창업지원센터

국가기관에서 청년이나 1인 기업을 상대로 업무공간을 지원하는 곳이다. 서울에선 '청년창업센터'가 운영을 했었고, 현재는 각 지역 콘텐츠코리아 랩이나 만화진흥원 등 각 업무에 맞는 공간을 지원하는 곳들이 있다. 미술이나 작가를 위한 작업공간을 주는 곳들도 있다. 하지만 1년 안에 사업자등록을 하는 조건이거나, 과제를 수행해야 하거나 매출을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6개월~3년 정도밖에 있지 못한다.

장점

- 창업을 지원받는 곳이다 보니 일정 금액의 지원금이나 교육지원이 있는 곳들이 있다

- 업무공간이 대형 공유 오피스 못지않게 좋은 곳들도 많다

- 대체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거나 무료다

단점

- 지원사업에 신청하면 서류와 면접을 거쳐 선정되는 과정이 있다

- 짧으면 6개월, 길어야 3년 정도밖에 있을 수 없다

- 신청할 때 제출한 업무 진행을 보고하거나, 분기별로 매출을 보고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 귀찮은 일들이 많다

- 출퇴근 기록을 해야 한다




2. 장비



완성형 데스크탑

컴퓨터 판매회사에서 출시하는 데스크탑을 말한다. 맥 프로와 아이맥, 삼성과 LG, DELL, HP, Lenovo 등이 있다. 좀 작은 현주나 삼보 같은 기업도 있지만, 기왕 완성형을 살 거라면 대기업을 추천한다. 완성형을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 비싸지만, 굉장히 안정적이고 외관이 예쁘다. 그리고 A/S를 받기 좋다. 데스크탑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깔려있어 주기적으로 컴퓨터를 체크하고 업데이트를 해 준다. 20년 전 처음 프리랜서를 시작할 때는 컴퓨터에 대해 좀 알고 있어서 조립형으로 샀고 직접 조립도 했는데, 고장이 잦다 보니 완성형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영상 렌더링 특히 3D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라면 반드시 데스크탑을 사는 게 좋다.


디자이너로써 완성형 데스크탑을 산다면, 일반 업무용 컴퓨터를 사면 안 된다. 그래픽이 너무 딸리고 렌더링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자금이 허락한다면 워크 스테이션 혹은 맥 프로를 사면 좋겠지만 워크스테이션은 제온 CPU를 쓰는데 비싼 것에 비해 크게 성능이 좋진 않다. 그래서 그래픽-영상 작업자로서 추천하는 완성형 데스크탑은 게이밍 데스크탑이다. 게이밍 데스크탑은 빠른 렌더링을 위해 좋은 그래픽카드와 CPU를 갖추고 있다. 또 컴퓨터의 외관 또한 멋지다. 그러면서도 워크스테이션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그리고 성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난 DELL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DELL은 1년 내에 고장이 나면 고객이 고장 낸 것에 대해서도 무상으로 묻지 마 A/S를 해주기 때문이다. DELL은 국내에 공식 서비스센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협업하는 센터들이 있어서 집으로 직접 와서 수리해 준다. 다만 DELL제품은 공식 홈에서 사면 그때 바로 조립에 들어가 테스트해서 한국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라 배송이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장점

- 안정적인 성능

- 믿을 수 있는 A/S

단점

- 성능에 비해 조금 비싼 가격

- 부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한정적이다


조립형 데스크탑

자신이 IT 동향이나 컴퓨터에 대해 관심이 있고 잘 알고, 스스로 조립도 할 수 있다면 조립을 선호할 수 있다. 조립형 데스크탑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그래픽 카드나 메인보드, CPU를 사서 조립하는 것이다. 요새는 점점 복잡해져서 조립 자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많다. 컴스클럽 등에서는 부품만 사서 조립하는데 비용을 들이면, 실시간으로 조립하는 장면을 방송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저렴하게 만들자면 꽤나 가격을 낮출 수도 있고, 또 완성형으로 잘 나오지 않는 초 고성능으로 조립할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서는 수냉식 쿨러 같은 매니악한 장비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컴퓨터 부품이라는 건 굉장히 섬세하기 때문에, 제품마다 상성이 있다. 그래서 기업에서 나오는 완성형은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오래 테스트를 해 보지만, 조립형은 그런 게 별로 없이 최악만 피하는 식이다. 그래서 완성형보다 고장이나 에러가 잦은 편이다. 그리고 전체를 총괄하는 관리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하려면 주기적으로 스스로 펌웨어나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해줘야 한다.

장점

- 자신이 원하는 부품을 사서 마음대로 조립해 원하는 성능을 낼 수 있다

- 완성형에 비해 저렴하다

단점

- 고장이나 에러가 날 확률이 많다

- 부품마다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므로 관리가 쉽지 않다

- 조립을 맡길 경우 부품을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있다

- A/S를 받을 경우 부품마다 따로 해줘야 한다 (조립업체에서 해주는 경우도 있으나 한정적이다)


노트북

요새는 노트북의 성능이 아주 좋아지고 가벼워져서, 무거운 렌더링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노트북을 들고 다녀도 어지간한 디자인 작업은 할 수 있다. 노트북의 장점은 이동성이다. 집에서 일하다가 원할 때 카페나 사무실로 가져가서 일할 수 있고, 회의할 때도 가져가 작업을 바로 보여줄 수도 있다.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처럼 작은 공간 안에 컴퓨터를 넣은 기기들은 조립형이 없다. 굉장히 세심하게 구조를 짜고 맞춤형 디자인으로 부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노트북은 성능이 다들 괜찮아서, 어느 기업 제품이 좋은 지는 취향에 따르면 될 것 같다. 다만 노트북을 어떤 용도로 쓰는지에 따라 골라야 한다. 디자인 작업 시 이동을 자주 하지 않고 큰 화면에 빠른 성능이 중요하다면 조금 무겁더라도 큰 것으로 고르는 게 좋다. 하지만 자주 들고 다닌다면 무조건 무게가 가벼운 것으로 사야 한다. 여유가 된다면, 데스크탑을 집이나 사무실에 두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걸 추천한다.

장점

- 이동성이 좋다

- 책상을 미니멀하게 갖출 수 있다

- 완성형이므로 관리하기가 편하다

단점

- 데스크탑에 비해 화면과 성능이 떨어진다

- 들고 다닐 때 생각보다 무겁다

- 데스크탑에 비해 본체가 작다 보니, 조금만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해도 발열이 심해진다


태블릿

태블릿은 아이패드나 서피스와 같이 스마트폰보다는 크지만 노트북보다는 작은 터치 모바일 기기를 말한다. 애플 펜슬이나 서피스 펜 등의 기술이 좋아져서, 본인의 디자인 작업이 프로 크리에이트와 같은 드로잉 앱으로도 작업을 할 수 있다면 태블릿만 있어도 무방하다. 태블릿은 노트북보다 가볍고 OS는 모바일에 최적화되어있으므로, 들고 다니며 작업하기에 정말 좋다. 다만, 섬세하거나 무거운 작업을 하기엔 알맞지 않다.

장점

- 디자인 업무 장비 중 가장 저렴하다

- 어디에서든 작업할 수 있다

-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기 좋다

단점

- 복잡하고 섬세하고 무거운 디자인 작업을 하기에 힘들다

- 화면을 나누는 멀티태스킹이 지원되지만, 여전히 데스크톱 OS에 비해 작업이 힘들다.

- 타자를 치는 작업 시 따로 키보드 커버나 거치대,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해야 해서 노트북이나 다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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