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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가능성의 문을 연 기술, 그리고 인류가 마주한 미래

by 박경민


"양자콤퓨타"


<가능성의 문을 연 기술, 그리고 인류가 마주한 미래>


양자 컴퓨터에 대한 짧은 동영상을 보았다.

양자 컴퓨터라는 말을 뉴스나 기사에서 가끔 접하긴 했지만, 당장은 나와 상관없는 세계의 이야기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영상에서 듣게 된 한 문장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 “큐비트의 중첩 상태로 인해 여러 가능성을 병렬로 처리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연산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진다.”


이 문장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는 처음으로 양자 컴퓨터를 진지하게 알아보기로 했다.



1. 큐비트, 겹쳐진 가능성의 단위


Qubit(큐비트)의 개념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기존의 컴퓨터(digital 세계)에서는 모든 정보가 0 혹은 1로 표현되는 bit로 구현되고 처리된다. 각 비트는 어느 순간에나 0이거나 1, 둘 중 하나의 확정된 상태에만 머문다.

반면 양자 컴퓨터에서는 큐비트로 구현되고 처리된다.

큐비트는 0일 수도 있고 1일 수도 있지만, 그 중간 어딘가에서 0과 1이 동시에 겹쳐져 있는 상태, 즉 '중첩(superposition)'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


큐비트의 상태를 동전으로 비유해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책상 위에 가만히 놓인 동전은 앞면이거나 뒷면, 단 하나의 상태다.

그러나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동전은 앞면이면서 동시에 뒷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손으로 잡아 보기 전까지, 어느 쪽으로 멈출지 알 수 없다.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상태, 이 상태가 중첩으로 존재하는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큐비트도 마찬가지다.

0인 상태,

1인 상태,

그리고 0과 1이 동시에 겹쳐진 상태,

수학적으로는 (α|0⟩ + β|1⟩)로 표현되는 상태를 모두 가질 수 있다.


양자역학적으로 말하면, 전자도 측정하기 전까지 여러 가능성이 겹쳐 있는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우리가 관측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하나의 값으로 확정된다는 말과 같다.


이를 조금 더 일상적인 장면으로 옮기면, 배가 고파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나는 짜장면을 먹기로 한 나와 짬뽕을 먹기로 한 나의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그리고 주문을 넣는 순간에야 비로소 둘 중 하나가 선택되고, 나는 그 선택을 실제로 먹고 있는 사람이 된다.

이때 짜장과 짬뽕 사이에서 아직 번민하고 있는 나의 상태, 바로 그것이 큐비트와 닮아 있다.


즉, 큐비트란 배고픈 내가 여러 메뉴 사이에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그 한순간처럼, 여러 가능성이 겹쳐 존재하는 상태이며, 이 지점이 곧 중첩의 핵심이다. 우리가 관측하고 주문을 넣는 순간, 중첩되어 있던 확률들이 하나로 수렴하며 결과가 확정된다.



2. 중첩은 어떻게 병렬 처리가 되는가


그렇다면 이런 큐비트의 중첩 상태로 인해 여러 가능성을 병렬로 처리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왜 중첩이 병렬 처리를 가능하게 만들고, 그것이 연산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일까.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눈앞에 하나의 문이 있고, 열쇠 1024개가 주어졌다.

꼭 맞는 열쇠는 1024개 중에 1개다.


기존의 컴퓨터(비트 연산)에서는 다음과 같이 문제가 처리된다.

1번 열쇠부터 하나씩 문에 꽂아 보며, 열리지는 확인.

최악의 경우, 1024개의 열쇠를 모두 시험해 봐야 꼭 맞는 열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큐비트로 같은 상황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첩이 가능하기 때문에, 1024개의 열쇠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시험하는 대신, 1024개의 가능성이 겹쳐진 하나의 ‘양자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이게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다.

“열쇠가 1024개나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하나의 상태로 만든다는 것일까?”


여기서, 이 "하나의 상태"가 1024개의 열쇠를 모두 버무린 하나의 파동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 위에서 중첩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때, 겉으로 보기에는 열쇠 하나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열쇠 1이 정답일 확률,

열쇠 2가 정답일 확률,

열쇠 1024가 정답일 확률

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열쇠의 개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1024개의 열쇠가 파동처럼 포개어져 만들어진 단일한 양자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시 중국집으로 돌아와 보자.

중국집에 앉아 있는 나는, 짜장면을 먹고 싶은 나, 짬뽕을 먹고 싶은 나, 군만두를 먹고 싶은 나, 우동을 먹고 싶은 나, 마라탕을 먹고 싶은 나...... 가 한 번에 겹쳐져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위에서 말한 1024개의 열쇠가 중첩된 단일한 양자 상태다. 배가 고픈 채로 중국집에 앉아 있는 나라는 한 사람 안에, 수많은 메뉴에 대한 욕구와 선택지가 동시에 겹쳐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첩된 상태에서 정답, 즉 문을 실제로 열 수 있는 열쇠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분명 하나 존재한다.

열쇠가 중첩될 수 있다면, 우리는 중첩된 열쇠 전체, 즉 그 양자 상태를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해

정답이 되는 열쇠의 확률은 점점 더 강화하고,

틀린 열쇠들의 확률은 점점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

-->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양자 간섭(quantum interference)"이라는 원리 때문이다.


양자 간섭은 파동의 성질을 바탕으로 한다. 파동은 서로 만나면 어떤 것은 겹쳐져 커지고(보강 간섭), 어떤 것은 서로를 지워 없앤다(상쇄 간섭).

양자 알고리즘은 이 성질을 아주 정교하게 조작해,

정답 후보의 확률 진폭은 강화되고,

오답 후보의 진폭은 상쇄되도록 상태를 끊임없이 변형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관측을 하면, 중첩된 파동이 하나로 붕괴하며 가장 높은 확률을 가진 열쇠(즉, 정답)가 드러난다. 물론 이 과정에는 그로버 알고리즘(Grover’s algorithm)과 같은 특정한 양자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결국, 기존 비트의 세계에서는 1024번의 시도가 필요했던 문제를, 큐비트의 중첩을 이용하면 훨씬 적은 단계로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24개의 열쇠가 하나의 중첩된 상태로 존재하니, 1024번을 일일이 시도하는 대신, 중첩된 하나의 양자 상태에 양자 알고리즘을 여러 차례 적용해 훨씬 적은 연산만으로 정답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중국집으로 가보자. 위에서 말한 과정을 다시 점심 메뉴에 비유하면 이렇다.

양자 상태로 존재하는 내가 중국집에 앉아 있는데, 주인이 와서 “무엇을 드시겠습니까?”라고 1024번 묻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양자 상태 자체에 어떤 연산(양자 알고리즘)을 적용한 후, 한 번의 관측 순간에 “지금 내가 가장 먹고 싶은 메뉴”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이때, 큐비트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가능성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큐비트 1개는 짜장 혹은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

2개는 메뉴 4개,

3개는 메뉴 8개,

10개는 1024개의 중국 요리 중에서 고민하는 나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양자 컴퓨팅의 핵심은 바로 이 중첩 상태를 구현하고 다루는 것에 있다.


큐비트 10개로는 1024(2^10) 개의 경우의 수를,

큐비트 40개로는 약 1조 1천억 가지의 경우의 수를,

큐비트 300개가 되면 관측 가능한 우주의 원자 개수(약 10⁸⁰) 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양자 컴퓨터가 발전할수록,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만큼 복잡한 상황에서 최적의 값을 찾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는 의미다.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진 10명이 중국집에 갔을 때, 모두가 만족하는 요리 조합이 단번에 정해지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10명쯤이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 100만 명으로 생각해 보자. 100만 명 모두가 만족하는 요리 조합.



3. 양자 기술이 약속하는 것들


여기까지가 “양자 컴퓨팅이 왜 빠른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떠오른다.


> “그래서 이 기술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인류는 이미 양자 컴퓨터에게 여러 가지 기대를 걸고 있다.


첫째, 신약 개발의 혁신이다.

양자 컴퓨터는 분자의 에너지 상태를 훨씬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이 능력을 활용하면, 특정 단백질과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 분자를 전통적인 계산 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추려낼 수 있다. 지금은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과정이, 이론적으로는 몇 주, 혹은 그보다 짧은 시간 안에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둘째, 기후·재료·우주 과학의 비약적 발전이다.

배터리의 구조를 분자 단위에서 최적화하고,

기후 모델에서 수많은 변수가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더 정교하게 계산하며,

기존 암호를 단순히 깨뜨리는 데서 나아가, 전혀 새로운 방식의 보안 기술을 설계하는 것까지,

복잡성 때문에 막혀 있던 영역들이 양자 기술에 의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다.


양자는 “복잡성”이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쓴다.

수많은 경우의 수 때문에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느려 의미가 사라지던 문제들이 양자의 중첩 상태를 통해 훨씬 효율적으로(exponential) 다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양자 컴퓨터는 정답을 알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

정답을 판단하는 기준에 맞게 빠르게 최적화된 결과를 내놓는 기술에 가깝다는 점이다.



4. 양자 알고리즘과 오라클, 그리고 ‘답정너’의 세계


양자 컴퓨터는 “정답” 그 자체가 아니라, 정답의 기준, 즉 오라클(oracle)을 입력받는다. 오라클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함수다.


이 열쇠로 문을 열 수 있는가.

이 분자는 저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가.

이 암호 시도가 맞는가.


양자 알고리즘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중첩 상태로 펼쳐 놓고, 이 오라클을 이용해 각 경우가 “정답에 얼마나 가까운가”를 평가한다. 그리고

기준을 만족하는 후보의 확률은 점점 더 강화하고,

그렇지 못한 후보의 확률은 점점 더 억제하는 방향으로 상태를 조정한다.


그 결과, 마지막에 관측을 하면 오라클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해, 즉 가장 그럴듯한 정답이 선택된다.

위에 열쇠 문제에서 '이 열쇠로 문을 열 수 있는가?'라는 오라클이 양자컴퓨터에게 주어져야 가장 확률 높은 답을 빠르게 찾아준다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양자 컴퓨터가 찾아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진리나 정의가 아니라,

'주어진 오라클에 대해 가장 최적인 답'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양자 컴퓨터는 인간이 설정한 기준에 대해 “답을 찾는 일을 극도로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장치”일 뿐이다. 그 기준이 타당한지, 정의로운지, 윤리적인지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제기할 능력은 없다.


이 지점에서 “오라클”이라는 단어는 기묘한 울림을 갖는다.

고대의 신탁(神託)이 그러했듯, 오라클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 정해진 답의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결국 인간이 정한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는 그 기준에 따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빠른 방식으로 ‘답정너’의 답을 완성해 준다. ‘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계산만 하면 돼.’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니, 그런 거다.


여담으로 이러한 구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과도 닮아 있다. 어쩌면 인간 자체가, 스스로 설정한 오라클을 따라 현실이라는 파동을 끊임없이 계산하는 작은 '양자 콤퓨타’ 일지도 모른다.



5. 잘못된 오라클이 선택되었을 때


그렇다면 오라클 자체가 잘못되었을 때는 어떻게 될까.


인간이 왜곡된 기준을 설정하더라도, 양자 컴퓨터는 수조 개의 가능성을 탐색해 그 기준에 가장 잘 들어맞는 해답을 엄청난 속도로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엄청난 계산 능력과 정교함 덕분에 “얼핏 보기에 거의 완벽해 보이는 답”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느 누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양자 컴퓨터가 틀렸다”고.


조금 더 극단적인 가정을 해 보자.

유대인을 말살을 원했던 히틀러가 “유대인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오라클로 설정하고, 양자 컴퓨팅을 활용해 최적의 실행 계획을 도출했다면?

한 독재자가 “정권 유지를 최대한 오랫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라는 오라클을 설정하고, 양자 알고리즘으로 그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면?


나약한 인간이, 왜곡된 기준을 가진 이가 제출한 양자 컴퓨터의 최적값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양자 컴퓨터가 내놓은 답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을 이어가다 보니, 문득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6. 지금까지 인류의 편이었던 것, 시간


지금까지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시간이 인류의 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 속에서 폭군과 독재자는 늘 존재했다.

어떤 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고 세상을 장악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결국 몰락했다.

왜일까?

그토록 강대해 보이던 존재들을 꺾을 수 있었던 힘은 의외로 단순하다.


> 그들의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폭군이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이 행정·군대·정보망을 따라 구석구석 전달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 느린 틈 사이로 저항이 싹텄고, 소문이 퍼졌으며, 다른 나라가 개입했고,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알아보고 연대할 수 있었다. 역사는 그 느린 속도의 틈을 파고들어 파멸을 막고, 균형을 되찾았다.


그러나 양자 기술은 폭군이 가진 이 “속도 문제”를 단숨에 제거해 버린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던 토인비의 말은, 응전할 시간이 있을 때만 유효하다.

만약 양자 컴퓨팅의 속도가, 응전의 시간을 구조적으로 지워 버릴 정도로 빠르다면 어떨까.


암호 해독, 즉시

금융 시스템 해킹, 즉시

반대파 식별과 분류, 즉시

감시 체계의 최적화, 즉시

생물학적 공격 설계, 즉시


인류가 이러한 도전에 맞서 “버티는 시간”을 잃어버린다면,

회복할 시간 또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핵무기가 도시 하나를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양자독재'는 문명, 그리고 인류 전체가 의지해 온 사회적·윤리적 기반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7. 더 빠른 미래, 더 깊은 윤리


지금은 분명 양자 컴퓨터가 그 가능성을 키워 가는 시기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인류는 이 가능성을 모른 척 외면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우리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의 편이었던 것은 시간이었다.

느린 속도 덕분에 우리는 폭력을 인지할 수 있었고, 잘못을 고칠 수 있었으며,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양자 기술이 시간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시대가 된다면,

도전과 응전 사이의 간격 자체를 지워 버리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어쩌면 양자역학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인류는,

시간을 대신해 우리 편이 되어 줄 새로운 동반자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기술의 속도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철학과 윤리, 그리고 보다 성숙한 사회적 합의 일수도 있다.


과학자가 아닌 우리에게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인간다움과 공동체의 기준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가 곧 마주하게 될 속도가 인간의 사유와 윤리를 추월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시간’에게 기대 서 있을 수 없다.

양자 컴퓨터가 열어젖힌 가능성의 문 앞에서,

우리는 기술 그 자체를 마주하기에 앞서

먼저 어떤 오라클을 이 세계에 허락할 것인지를 묻는 시대를 만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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