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물이 된 여자
나는 깊고 큰 연못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호수라고도 했다.
내 겨드랑이에는 근사한 아름드리 나무가 자랐고
내 머리와 옆구리에는 부드러운 수풀이 우거졌다.
나는 서늘하고 따뜻한 물이었다.
깊은 밑바닥에 가라앉아 수면을 바라보면
오장육부가 시원한 검푸른색으로 물들었는데
몇 겹 물 너머 햇살은 이다지도 따사로워서
반짝거리는 금빛에 웃음짓곤 했다.
사람들은 둘씩 무리지어 내 주위를 산책했다.
미지근한 날에는 내 겨드랑이에 앉아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눴다.
언젠가
우리가 없어지고 나서도
이 호수는 그대로 있겠지?
이 나무는 그대로 있을까?
글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까무룩 잠들었다.
나의 친구 아름드리 나무는 외로움이 많은 성정이어서
내가 잠들기라도 하면
얼른 일어나, 빨리! 라고 보채고는 했다.
어느날엔 그가 날 깨우지 않았다.
나는 아주 긴 잠을 잤다.
눈을 떴을 때, 내 친구는 뿌리째 뽑혔는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있었다.
나는 수면으로 의식을 떠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지만
햇볕이 이다지도 따사로운 금빛이었지만
내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하지만 연못의 눈물은 보이지 않고 흐르지 않아서
나는 또한 그것이 우습고 비참하여 울었다.
그 다음에는 서서히 의식을 가라앉혀
예쁘고 힘찬 태양에게서 최대한 숨고자 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