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로또 1등

나와 시댁 스토리

by 유시

아버님이 허리 수술을 하고 생긴 취미가 있다. 로또. 이전에도 간간히 재미로 구입하곤 하셨는데 내가 알기론 허리 수술 이후에는 항상 방에서 혼자 계시기에 그리고 적적하시니 집중하시기 시작하신 것 같다.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연락이 오신다. "수현아, 어디니? 로또 번호 좀 불러봐라~" 혹은 "수현아 오빠 어디 있니? 전화를 안 받는구나 전화하라고 해라~" 요런 건 100% 로또 당첨 번호 확인을 원하시는 거다. 왜냐하면 어김없이 토요일 밤에 전화를 주시기 때문에..


한 번은 시댁에 방문했을 때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하고 싶어 하셔서 핸드폰에 로또 어플을 깔아드리고 QR코드로 확인하는 법도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확실히 익숙하시지 않으신지 사용을 안 하시고 어김없이 주말이면 의례 전화를 하신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 우리 부부는 몇 년째 로또 담당 중이다.


우리 아버님은 꼭 좋은 꿈을 로또 사기 전에 꾸시는데 아버님이 워낙 마음이 좋은 분이라 좋은 꿈도 많이 꾸시는 것 같다. 그러고 나면 소소하게 몇만 원 당첨되기도 하시는데 아버님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로또를 전혀 하지 않는 나도 '저게 저렇게 재미있나? 나도 해볼까?'라는 충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번 길몽만 꾸는 것은 아닐 터.. 상당 부분은.. 당연히 꽝이다. 가끔은 꿈속에서 번호를 보시기도 하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내 생년월일이나 오빠 아주버님 고모 어머님 등 가족들의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를 잘 정렬해서 번호를 선정해서 기입하시기도 한다. 끔 내 생년월일이 들어갔는데 당첨이 되면 더운데 음료수 사마시라고 커피값도 주시고 아이들 과자값도 주신다. 사실 받을 때야 즐겁지만 어머님과 나는 로또 반대파인데 그 돈을 모았으면 진작에 부자 됐을 거라는 게 우리 논리이다.


한동안은 거동이 불편하시니 오빠가 아침에 시댁에 로또 종이를 가져가서 아버님이 생각해 놓으신 번호를 기입해 로또를 사 오는 심부름을 하기도 했었는데 로또를 정말 싫어하는 오빠가 뜯어말려도 아버님 끗꿋하게 로또를 하곤 하셨다. 물론 지금도 하고 계시고 다행히 이제는 거동에 무리가 없으셔서 산보가 실 겸 혼자 다녀오신다. 아버님이 로또 하는 걸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사 오라고 종이 쥐어주면 로또 사러 다니던 우리 오빠도 참 효자다.. 싶지만 그보다도 매주 빠지지 않고 로또 하시는 울 아버님이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절대로 한주를 빼먹지 않고 구입하시니 말이다.


아직 자동차가 없는 우리 가족은 뚜벅이인데 아버님은 그게 참 안쓰러우신지.. 항상 로또 하시다가 나를 보면 " 수현아, 애 둘 데리고 네가 고생이 많다. 아빠가 로또 1등 당첨되면 차 한 대 사주마 ~" 하고 말씀하신다. 말만 들어도 너무 감사하다.


사실 우리 집은 2년 전에 자동차를 정리했다. 그러곤 바로 새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떤 차를 사던지 신중하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지금 당장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꼭 갖고 싶은 차종도 없었고 지금 사는 곳도 회사와 멀지 않아 우리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필요할 때 렌트하고 택시를 이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었다. 그래서 새 자동차 구입을 딱 3년만 참아보기로 했다. 벌써 만으로 2년이 지났으니.. 시간이 참 빠르다. 러다가 우리가 차 사기 전에 아버님이 로또 1등이 당첨되어 사주시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며칠 전 시부모님과 이동할 일이 있어 내가 차를 렌트해 모시러 갔을 때도 아버님은 "수현아, 차 한 대 사주랴? " 하신다. 평소에는 '아버님 차 필요 없어요.'라고 항상 말하곤 했는데 그날은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 아버님 차한 대 좀 사주세요. 아버님 언제 로또 1등 돼요? "라고 말해버렸다. 참 나도 철이 없긴 한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아버님은 좋다고 얼른 한 대 사주신다고 한다. 아직도 자식 생각하는데 온 에너지를 다 쓰시는 우리 아버님은 사랑꾼이시다.


이번주도 아버님은 로또를 사신다. 어김없이 주말이면 나는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한다. 내 생각에 아버님은 언젠가 로또 1등에 당첨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 배부르려고 로또를 사지만 아버님은 다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로또를 하시니 말이다. 오늘은 금요일 밤인데 아버님이 길몽을 꾸셨을지 궁금하다. 아마 이번 주에 로또에 당첨되면 수현이 맛있는 커피 사 먹으라고 용돈 주실 텐데 말이다.


(내일 또 로또 사러 나갈 준비를 할 오빠를 쳐다보며 안쓰러운 5월 마지막 주 금요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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