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드라마의 변천사
1999년 방송된 한의학 소재의 <허준>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으로 재탄생하기도 한 <굿 닥터>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그린 <슬기로운 의사생활>
메디컬 드라마가 다루는 이야기와 형식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SBS 금토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 역시 차별화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닥터 차정숙>은 4회 만에 수도권 기준 11.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순위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라고 해요. 이번 주 금요일(2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바로 3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 <낭만닥터 김사부>인데요. 최고 시청률 27.6%를 달성한 저력이 있는 흥행 IP로 많은 시청자들이 기다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수치적으로 본다면 ‘메디컬’ 드라마의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 장르적 특색으로 ‘엣지’가 없으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닥터 차정숙>을 집필한 정여랑 작가는 “여러 과의 전문의들의 자문을 받아 의료진들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애썼다”라며 의사라는 직업적 전문성을 담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인생 경험이 풍부한 주인공이 환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따뜻한 영향력을 끼치는지, 또 어떻게 의사로 성장해 가는지에 중점을 뒀다”라며 의학 케이스 그 자체에 집중한 일반 메디컬 드라마와는 남다른 기획 의도를 밝혔습니다.
이렇듯 의학이 ‘성장’이란 엣지 있는 키워드를 만난 건 기존의 의드와 다른 반응을 얻게 된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어떠한 난관을 마주쳐도 오뚝이 정신으로 다시 일어나는 차정숙의 모습에 스프라이트 샤워를 한 듯한 쾌감을 느끼고, 의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환자에 공감하는 모습에 많은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닥터 차정숙>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한 스튜디오앤뉴 기획 PD에게 앞으로 시청자가 만나게 될 메디컬 드라마는 어떤 모습일지 엿볼 수 있는 답변들을 확인해 보시죠.
작품 속 캐릭터들이 소속된 대장항문외과, 간담췌외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자문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취재 당시 임신과 출산 후 늦은 나이에 레지던트 수련을 받은 분이 계셨어요. 어린 시절 병원 생활을 오래 하셨던 그분의 경험담을 토대로 건강을 잃은 경험이 있는 차정숙이라는 인물이 뒤늦게 의사가 되었을 때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따뜻한 메시지가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초반의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연애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 다음으로 선악이 뚜렷한 유능한 의사들이 다루는 ‘의학 케이스’에 집중했고요. 그 이후로는 병원 내 ‘정치와 권력’에 대해서, 그리고 이제는 메디컬에 판타지를 더한 복합장르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트렌드 흐름으로만 본다면 오히려 <닥터 차정숙>은 유행을 따라간 드라마가 아닙니다. 되려 장르적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과 주변인들과의 관계성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 놓인 인물의 성장기를 경쾌하게 그리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코미디라는 장르적 매력을 덧입혔습니다.
<닥터 차정숙>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쉽게 마음 편히 웃으며 시청할 수 있는 메디컬 드라마이니까요. 그리고 이 땅의 수많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 차정숙의 도전과 용기에 공감하시고,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 같습니다. 기획 PD로서 앞으로 진화할 의학 드라마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닥터 차정숙>을 기점으로 또 다른 시도와 기획이 담긴 작품들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