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낳고 팬이 기른다. 캐릭터 생일을 챙기는 팬덤
콘텐츠 제작자, 작화가, 감독 등 크리에이터가 탄생시킨 캐릭터는 팬들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나는데요. 인기 캐릭터는 엄연히 생일이 있어 해마다 팬들의 황송한 축하를 받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0510 채치수 & 0522 정대만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속 인물 채치수와 정대만은 5월에 태어났습니다. 해당 인물의 생일이 이번 콘텐츠의 주요한 정보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22일 실시간 트위터에는 '정대만 생일'이 상위 순위를 장악하는 등 팬들의 축하가 이어졌는데요!
캐릭터에 생명감을 불어넣는 생일 축하 이벤트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향한 팬들의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NEW의 극장 브랜드인 씨네Q 신도림점은 ‘불꽃남자 정대만 생일 기념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씨네Q의 오프라인 행사 기획자와 함께 생일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슬램덩크 갤러리에 올라온 인증샷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작품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고관여 관객들에게 더 높은 만족감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봤던 아이돌 생일 광고판이 떠올랐습니다. 팬의 입장에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속 선수들이 ‘아이돌’ 일 것이란 생각에 생일기념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최근에 지인 조카의 돌 기념으로 떡 선물을 받았거든요.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서 생일 기념 떡을 돌렸는데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습니다.
실사 작품 오프라인 행사의 경우, 배우 방문 여부에 따라 이벤트 방향이나 준비 사항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반 행사에 비해 부대 시설 확보 등 제반 사항이 간소화돼 현장 응대 품이 적습니다. 대신 기획 단계에서 해외 원작사의 컨펌이나 감수 이슈가 까다로운 편이라 충분한 사전 준비 기간을 두고 유관 부서 담당자와 활발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송태섭 선수, 내년 1월에는 서태웅 선수의 생일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씨네Q에서만 즐길 수 있는 슬램덩크 이벤트를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오니 슬친자들의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일 파티를 즐긴 팬의 입장도 궁금해졌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찐팬으로 그룹 내에 알려진 OOO에게 캐릭터 생일 파티의 의의를 물었습니다.
2D 캐릭터의 생일 파티가 배우, 가수 등 실존인물의 생일 파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외려 화제가 되는 것 같아요. 생일 당사자가 직접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축하 방식은 놀랍게도 똑같아요. 한날한시에 팬들이 모여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는 것에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장감이 주는 ‘진짜 같다’는 느낌에 팬들은 열광합니다.
전통적인 아티스트 팬덤은 2차, 3차 창작 영역에서 큰 효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콘텐츠 관람, 공식 굿즈 구매 외에도 팬들이 직접 다양한 형태의 파생 굿즈를 제작하는 등 적극적인 창작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최근 2D 캐릭터 팬덤의 성격도 아이돌 팬덤 문화를 흡수하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람 문화나 캐릭터 응원 문화는 아이돌 팬덤과 비슷한 흐름으로 개봉 5개월 차에도 꺾이지 않는 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1천 석 규모 팬 행사를 기획 중인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획자, 협력자, 스태프, 관객 든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해 소외되는 팬덤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벤트 기획 방향을 잡고 지속적으로 반응을 살피며 유연하게 접근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어렵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장 핵심에 두는 것이 주요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팬덤의 생일 축하 문화를 간략하게 톺아보겠습니다.
1) 기본 of 기본, 축전
2000년대 초 다음 카페(장미가족의 포토샵 교실 등)를 필두로 ‘축전’ 제작이 유행하기 시작해 이제는 가장 기본적인 생일 축하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화려한 이미지와 감성이 묻어나는 문구를 조합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사 역시 소속 아티스트의 생일을 기념하는 축전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2) 팬덤의 규모를 보여줄 수 있는, 전광판 광고
팬덤이 큰 아이돌 가수의 경우 생일을 기념해 지하철 광고판을 비롯한 옥외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광고 집행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팬덤의 규모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하는데요. 팬들의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아티스트가 인증샷을 촬영하는 역조공의 사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만이도 생일 축하 지하철 광고(@신촌역)가 있었다고 해요!
신촌역 지하철 광고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정대만 팬아트도 화제였어요! (출처: 트위터 @14ho_sd)
3) 해외까지 퍼진 문화, 생카(생일 카페) 대관 행사
팬에 의한, 아티스트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 대관 행사는 생일 파티의 궁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수, 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핫한 지역의 카페를 대관해 아티스트 혹은 캐릭터 전용 음료를 개발하고, 컵 홀더를 제작하는 등 오로지 캐릭터(혹은 아티스트)를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지난 정대만 생일 카페들은 실제 캐릭터가 존재할 것만 같은 현실적인 공간 연출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중 한 생일 카페는 독보적인 디테일로 ‘정대만 생가’라 불렸다고 합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생일 카페를 ‘센이루 카페’라고 부른다고 해요. 생카에서 자주 활용되는 ‘레터링 케이크’ 역시 ‘센이루 케키’라고 불리며 K-팬 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