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j의 큐레이션
- 에디터 j의 큐레이션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곳. 을지로에서 시작된 노포 식당 열풍이 이어지며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장소들이 오히려 각광을 받는 시대입니다. 소위 '노포 감성'이라고 불리는 투박한 간판, 칠이 벗겨진 벽면, 심지어는 공사 중인 카페 그 자체가 인테리어 컨셉이 되기도 했는데요. 아무리 좋은 인테리어도 자연스레 시간의 때가 묻은 공간의 멋스러움을 흉내 내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이번 주에는 서울에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장소 3곳을 추천해 보려 합니다.
1) 우래옥 서울 중구 창경궁로 62-29 / 화~일 11:30-21:00
우래옥은 1946년에 개업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냉면집입니다. '또 오고 싶은 집' 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식당의 이름만큼, 우래옥에는 독자적인 맛과 멋이 있습니다.
먼저 2층까지 넓게 사용 중인 공간을 목재로 꾸며 전통적이지만 깔끔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가게 한편에 걸려있는 힘 있는 붓글씨도 우래옥의 활기찬 분위기를 상징하는 듯하죠.
에디터 J는 최근 평양냉면과 평양비빔냉면을 모두 먹어봤는데요. 계절 불문 찾게 되는 슴슴하지만 깊은 물냉면의 맛도 일품입니다. 거기다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한 무 절임과 자극적이지 않지만 계속 손이 가는 비빔냉면의 맛은 말할 것도 없고요. 40분 정도 기다렸지만,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와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2) 미네르바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18 2층 / 월~토 10:30-21:30
미네르바는 신촌역 부근에서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입니다. 1975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답니다. 오래된 건물의 나무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면 비로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곳 또한 원목을 한껏 활용한 내부 인테리어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펼쳐냅니다.
오래된 의자와 테이블보. 테이블에 팔을 괴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왠지 옛날의 풋풋한 대학생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청춘영화의 주인공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만 같은 곳.
커피 맛도 아주 특별합니다. 미네르바 카페에 간다면 시그니처 메뉴인 사이폰 커피에 도전해 보세요.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카페와도 잘 어울립니다. 에티오피아, 케냐, 예가체프 등 원두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어서 누구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마실수도 있어요.
3) 리빙사 서울 중구 소공로 58 / 매일 9:30-20:00 (매달 1, 3번째 일요일 정기 휴무)
LP판, 좋아하시나요? LP레코드를 디깅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보셨을 남대문 회현 지하상가에 위치한 리빙사를 소개합니다. 유난히 오래된 점포가 많은 회현 지하상가에서도, 60년대부터 이어진 전통을 자랑하는 '리빙사'의 존재감은 뚜렷합니다. 3대째 운영 중인 리빙사는 가장 많은 음반을 보유한 레코드샵입니다. 수십 년째 단골인 손님도 많고, 이제 막 LP와 카세트테이프의 매력에 빠진 2030 세대도 즐겨찾는 곳인데요.
가게의 벽면을 가득히 채운 LP 음반을 하나씩 꺼내어보면 절로 호기심이 몰려옵니다. 평소 어렵게 느껴졌던 재즈도, 클래식도 더욱 매력 있게 느껴지구요. 1970년대 음반에서 원로 가수들의 젊을 적 사진을 발견하면 괜히 반갑기도 하고, 어릴 때 어렴풋이 들었던 가족들의 애창곡이 떠오르기도 하죠.
LP 레코드를 열심히 디깅하다가, 괜히 옆에 있는 오디오 샵도 구경하고, 뜨개 가게와 필름 카메라 매장도 기웃거려봅니다. 회현 지하상가는 "시간이 멈춘 곳"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곳입니다. 일부러 큐레이션을 하기도 어려운 다양한 매장들이 촘촘하게 상가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젊은이들과 외국인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 곳이죠. 정말 아날로그가 새로운 '힙'이 되었나 봅니다.
매번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서울에선 '노포'가 정말 귀한 만큼, 소개 드린 세 곳의 장소는 변치 않고 오래오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말, 서울 도심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먹고, 마시고, 느껴보며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를 가지는 건 어떨까요?
-
♥︎ 매월 2, 4번째 금요일 낮 12시에 뉴스레터를 보내드려요.
⬇️ 느릿느릿 뉴스레터, 구독하고 싶다면?
구독 및 지난 뉴스레터 보기 : nritnrit.stib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