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비스 종료'가 있을까?
기록하는 서비스 기획자 writing.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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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행된 여성 개발자 조경숙 작가님의 책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를 읽으며,
IT 직군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많은 공감을 했다.
테크업계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야근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에 돌입하는 개발진의 모습.
어느덧 네카라쿠배의 입시 학원이 되어버린 부트캠프들 까지.
평소 IT회사에서 보고 느꼈던 많은 일들이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 비합리적이거나 인간적이지 못한 것들임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들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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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된 내용은 아니었지만,
얼핏 스쳐갔던 내용이 너무 인상깊어서 소개해보려고 한다.
IT 서비스는 트렌드를 빠르게 뒤쫓는 만큼 그만큼 시장 상황도 빠르게 변하고,
이에 대응을 하지 못한 서비스들은 금새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한다.
서비스의 런칭 - 종료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습이 IT 업종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할지',
'만약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어떤 프로세스로 좋은 마무리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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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담았던 서비스도 코로나19 당시 서비스 종료 예정이었다.
이 서비스가 정말 '돈이 안되는 지' 검증하고, '돈이 안 되는 서비스라면 언제 종료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하다
회사 윗 분들의 의견에 따라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끝내 결정이 번복되긴 했다.
아쉬웠던 점은 나를 포함한 모든 운영진들이 서비스 종료 시점을 기다리던 중,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에 대한 고민이나 '서비스 종료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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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면 각 유저가 이용했던 서비스 내역이 사라진다.
커머스 업체라면 구매와 배송현황, 구독 서비스라면 구독중인 콘텐츠의 내용들이 모두 사라지는데
대부분의 업체는 '서비스 종료일'만을 안내하고 조용히 서비스의 문을 닫는다.
무형의 디지털 콘텐츠와 기록들이 순식간에 증발하는데 유저들은 허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이 내려지면 빠른 시간 내에 관련 작업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실무진에서 유저의 입장까지 고려하는 건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유저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컨텐츠가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없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유저와의 소통에 조금이라도 힘써서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순 없는 걸까?
(사실 IT업계는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언젠가 또 다른 모습으로 유저를 만날 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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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비스 종료 사례를 서치하다 괜찮은 예시를 발견해서 공유해본다.
카카오에서 클럽하우스를 겨냥해 출시했던 서비스 '음(mm)' 서비스
- 유저 대상으로 '종료 타운홀' 진행
-> 서비스 종료일을 2주일 정도 앞두고 유저와 운영진이 모두 참여하는 음성 대화방 오픈
-> 서비스 운영진들의 이야기와, 유저의 스토리를 자유롭게 공유
음(mm) 서비스 담당자의 서비스 종료 후기
https://findstar.pe.kr/2022/04/29/beautiful-goodbye-mm/
비록 1년을 채우지 못한 서비스였지만, 많은 유저가 음(mm)의 종료에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음성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여
유저와 운영진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게 더욱 의미있는 것 같다.
음(mm)의 사례에서는 서비스 종료 2주전 이벤트 성으로 음성 대화방을 진행했다면,
정상 운영중인 서비스들도 '유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서비스 개선과 혁신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서비스를 열심히 이용하는 헤비유저들이 많이 참여할테니
CS로 인입되는 유저의 불만, 오류 문의 외에도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는 유저의 따뜻한 칭찬과 응원 한마디가 주는 힘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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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라는 책에서는
빠르게 돌아가는 IT 업계의 냉혹한 현실, 날카롭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개발진들의 언어 등을 다루었는데
그동안 개발진들이 유저의 '냉정하고 날선' 목소리만 듣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오류와 강성CS를 제기하는 유저의 목소리에 집중하다보니
'CS를 해결하는 것은 항상 힘들고 번거로운 일'이라고 치부되기 일쑤고
유저도 개발진도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비스를 잘 활용하고 있는 유저의 목소리도 꾸준히 청취한다면
서비스의 발전 방향, 개선점 등을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서비스 종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공지사항같은 공식 채널로만 유저와 소통하기 보다는 실제 유저의 경험담, 이용 경험을 수집하면
유저 입장에서는 보다 좋은 서비스 이용 경험을 남길 수 있고
개발진 입장에서도 이후 런칭할 새로운 서비스에 도움이 될 의견을 얻을 수도,
그간 본인이 담당했던 업무에 대한 효용감과, 그에 대한 회고를 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도 앞으로 '고객 목소리'를 열심히 듣는 기획자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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