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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 몽돌

by 제이미

최근 마지막 출근 후 휴가를 쓰며

진짜 퇴사날을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한눈에 들어온 책 제목이 있었다.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약 1년간의 갭이어를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일듯 해서 책의 머릿말을 읽어보았는데,

휴직을 한 이유가 "지금 쉬지 않으면 계속 이렇게 살 것 같았다"는

작가의 말이 너무나도 와닿아서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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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잠시 이 트랙을 벗어나겠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앞둔 자의 마음가짐.

고민이 많았던 작가에게 깨달음을 준 스님의 한 마디가 있다.


평소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는 작가의 고민에,

스님은 "그렇게 남 눈치를 보고 사셔서 얼마나 잘 사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간단한 한 마디는, 책 앞의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나도 쫓기듯이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고,

휴학없이 바로 취업을 해서 지금까지 누군가 보기에는 모범적인 루트를 밟고 있었지만

한번도 나의 의지로 목표를 이루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부모님의 대견한 딸, 자랑할 만한 주변인 등으로 보이기 위해 지금까지 이렇게 애를 썼던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자, 나에게 지금 꼭 필요했던건 역시 '나다운삶'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내 모습을 찾기 위해 퇴사를 하고 잠시 쉬어갈 시간도 필요했던 것이고.


작가가 말했던 것 처럼, 나도 퇴사 날짜가 정해진 후 마음껏 못생겨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출근룩을 쇼핑할 필요도 없었고, 밤늦게 야식을 먹어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평일과 주말에 약속을 나가도 피곤하지 않고

회사일도 왠지 예전보다 쉽고 간단하게 느껴졌다.

백수의 삶을 앞두고 느꼈던 나의 심정이 책에 고스란히 적혀있어서, 내 일기장을 읽는건가 잠깐 착각도 했다.



2장 :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변화의 시작.

작가는 1년간의 자발적 안식기를 통해,

월급과 명함을 내려놓은 민낯의 '나'를 보고 싶었다고 한다.


나도 명확한 문구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로 나를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동안 관심있던 취미도 가져보고, 꿈꿔왔던 일들도 경험해보고.


다만 현실은 이상과 많이 다르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매일이 주말과 같은 일상을 보낸지 어느덧 한달이 되어가고 있는데,

(1주일간 크게 몸살을 앓아서도 있지만) 시간을 촘촘히 활용하기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작가의 말대로, '시간이 정말 많으면 ㅇㅇ할텐데', '퇴사하면 ㅇㅇ해야지'와 같은 결심들은

퇴사 후에도 여전히 우선 순위 끝에 자리잡고있다.

회사를 다닐때 하지 않았던 것은 퇴사, 휴직 후에도 하지 않는다는 것.

시간의 유무와 무관하게, 나의 우선 순위는 변하지 않는다.

아마 이런 일들은,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이었다기 보다는

주변의 영향, SNS의 영향, 또는 젊은이라면 무릇 ~~해봐야 한다. 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생겨난 것들이 아닐까.


2장을 읽으며, 정말 내가 좋아하고 하고싶은 것에

퇴사 후 일상을 집중해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했다.



3장 : 그래서 휴직하고 뭐하니


휴직 후 일상은 내 몫이니, 잘 해내고 싶어

작가는 휴직 후 꾸준히 요가와 명상을 했다.

건강과 잔고를 챙기기 위해 '매일 집밥 해 먹기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2주간 명상 수련을 다녀오고, 순례길도 다녀왔다.

혼자 여행도 다녔는데, 여행지 어딘가에서 순간 본인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너, 잘하고 싶었구나.'


여행마저도 잘 해내고 싶었던 작가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이었고,

지금 나에게도 그대로 통하는 문장인 것 같다.


앞으로 몇달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요즘 하루에도 여러번 일상 계획을 짜고, 눈을 뜨면 괜히 노트북을 열어 뭐라도 뒤적거리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 제대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퇴사 후에도 '내려놓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 것.


나 스스로 온전히 나에게 책임을 져야하는 나날들이 시작되자 새로운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다만 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정말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고

당분간은 이를 위해 비워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한다.



4장 : 똑똑똑 나는 누구입니까


원형의 나를 찾아서

작가는 어릴적 일기를 보며, 원형의 자신을 찾았다.

어릴때부터 무엇이든 잘 해내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등

과거의 모습을 토대로 본인의 핵심 가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에 떠밀려 어느새 진정성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작가는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깊이 몰두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는다.


진정성 있는 회사원이란 어떤 모습인가?

원형의 나를 되찾기 위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현재에 충실하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며 일에서도 의미를 찾는 것.

작가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5장 :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시 시작된 일상.

마지막 장에서는 복직을 하게 된 작가의 일상 회고가 이어졌다.

복직을 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게 아닐까하는 고민을 했지만

본인의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나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로 보였다.


나 또한 퇴사를 한번 해보니,

갭이어를 갖는 동안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설령 다시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하더라도

회사 일이 나의 자아 실현과 거리가 멀다거나, 해결할 수 없는 중압감이 찾아올 경우에는

언제든 떠나갈 결심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힘들땐 쉬어갈 수 있는 것도 용기라고 본다.

그 휴식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가는 나에게 달렸겠지만

실패해도 괜찮고, 잠시 돌아가도 상관없다.

인생은 기니까.

그정도는 감수하고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자!는 결심을 다시 한 번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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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며 계속 고개를 끄덕끄덕했던 건 거의 처음인데,

그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잘 풀어써준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게끔

앞으로의 1년은 나에게 집중해서 즐겁게, 잘 쉬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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