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2020.08.04

by 자몽버블티

할머니 저 왔어요

우리 온다고 뽀시락 뽀시락 주방에서 무언갈 하던 할머니는 이제 안방에 누워 우리를 기다리고


우리 손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맛있는 거 해주고 싶어 이것저것 챙겨주던 할머니는 이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손에 쥐어주고


가는 거냐?

우리가 갈 때 티는 안내도 섭섭한 마음에 문 앞까지 배웅했던 할머니는 이제 침대 위에서 손 한번 꼭 잡는 걸로 배웅인사를 하신다


동네 마을 열 걸음 걷는 것도 가뿐 숨을 내쉬고

자동차를 타고 내리고 안전벨트를 매는 것도 이제는 도움을 받으셔야 한다


나는 이제 죽어야지 하던 말이 이제는 장난처럼 들려지지 않는다

새삼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이제 정말 곧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떠나갈 이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지만

떠나보낼 이는 여전히 준비가 되지 않는다

나도 웃으며 떠나보낼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건강하셨으면.

작가의 이전글변덕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