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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Jun 07. 2020

직업으로서의 PM

나는 어떻게 PM이 된 걸까?

얼마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습니다.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라고 하면 처음부터 얘기의 범위가 너무 넓어질 것 같아서 우선은 소설가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내가 해왔던 일들을 편안하게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첫 문장을 읽고서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동종 업계(디지털 에이전시, SI, 등등 대행사로서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어주는 용역을 하는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의 직업, 내가 하는 일들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PM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더 이상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해가 없는 사람들에게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람,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들을 예를 들며 그런 것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면, 어설프게나마 이해한 상황에서, "아, 그러시군요."라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이 글은 제 직업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쓰는 글이 아닙니다.

막연하게나마 동종의 업무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 그리고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업계의 동료들에게 직업으로서의 PM에 대해 조금은 맛보기 식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정의해 봄으로써, 그간 올바로 살아왔는지, 잘 살아왔는지, 보람된 일이었는지를 스스로 가늠해 볼까 합니다.


그럼 첫 번째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




 나는 어떻게(어쩌다가) PM이 된 걸까?


어려서부터 PC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PC를 이용하는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닷컴 열풍이 한참 불 때라,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온라인 회사를 차려서 돈을 벌 수 있거나 투자를 큰돈으로 투자를 받을 때였습니다.

IMF 이후 취업시장이 위축되었던 때라, 그만큼 좋은 취업 주제가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전공과는 상관없어도, 웹 프로그래밍이나 웹디자인을 배워서 취업을 할 때였습니다.


저는 막연하게 PC에서 웹으로 관심이 옮겨갔던 터라, 개인적으로 리눅스 시스템을 PC에 설치해가며 서버도 세팅해보고, PHP 등 스크립트 기반의 웹 프로그래밍 언어도 배우고, 포토샵으로 홈페이지도 간단히 만들어가며 이러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돈까지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무엇이든 일자리를 구하려면 한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웹 프로그래밍이냐 웹디자이니냐라는 나름 심각한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둘 다 말도 안 되게 소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찮게 입사 지원한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쪽에서 필요한 업무는 "웹마스터"라는 업무였습니다.

웹마스터란 지금으로 따진다면 Project Owner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웹서비스 전반에 걸쳐서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영과 업데이트, 여러 지표들을 살피면서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과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점차 고도화시켜 나가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나니, 웹 개발 쪽 업무는 어느 정도 함께 혹은 거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일을 해왔고, 결국 웹디자인 쪽에는 포토샵으로 이미지 잘라 붙이고 보정하는 수준으로 멈추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웹디자이너로서의 꿈은 쉽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첫 직장생활을 하고 나니, 그러한 곳으로 계속 이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자사 서비스를 수년 동안 깊게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여러 타사 서비스들을 잦은 주기로 바꿔가며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웹에이전시에 근무하면서 제안도 하고, 사업관리도 하고, PM도 하면서, 기획도 하는(할 줄 아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PM을 직업으로 삼아 일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좀 더 정의해보고, 유사한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서 참고할만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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