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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Jun 14. 2020

PM이 하는 일

아이에게 내 직업(Project Manager) 설명하기

작년쯤 “타임 투게더”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제라드 버틀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헤드헌터로 일하는 아빠와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아들이 아빠의 직업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빠는


'다른 아빠들이 가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


이라고 설명합니다.


영화에서의 현실은 회사의 대표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헤드헌터입니다.

물론 가족영화라 결말은 해피앤딩입니다.




영화를 보고 아들에게 내 직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습니다.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둘이 함께 아는 것을 기준 삼아 설명해야 합니다.


"네이버나 유튜브, 네가 요즘에 자주 쓰는 OO앱 같은 것을 만드는 사람이야."


이 정도면 초등학생 아이가 쉽게 이해할만한 설명인 것 같습니다.


영화처럼 '멋'을 조금 부려본다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가 필요해. 그런데 그런 것을 만들려면 혼자서 할 수 없고 디자이너, 개발자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해야 해. 아빠는 그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야."


이번엔 좀 더 이론적으로 가보려 합니다.


"... 서비스가 필요한데, 그런 걸 만드는 것을 아빠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라고 해. 프로젝트에는 시간, 비용, 범위라는 3대 요소가 있는데, 그 요소들을 잘 조율해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아빠가 하는 일이야."


이 일을 절대 하고 싶지 않게 설명해보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흰색이 흰색이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조금 고쳐달라는 것을 각기 다른 외계에서 온 것 같은(실제 몇 명은 진짜 다른 차원에서 왔을 수도 있는) 사람들과 함께 완전히 새로 만드는 일을 해."




물론 마지막 설명은 농담입니다.

더군다나 저렇게까지 과장되게 이야기를 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부정하거나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IT 프로젝트 PM(Project Manager)만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 PM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기업에 다닌다면 다른 업무와 병행해서 특정 기간 PM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지 말라고 해도, 맡기 싫어도 맡을 수 있는 일이 PM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도 PM이라는 역할을 하게 되겠죠.


'피플웨어(3판)'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예전에 개발자로 일하던 시절 나는 샤론 와인버그가 관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영광을 안았다. 샤론은 지금의 내가 진보적인 관리라 부르는 개념의 살아있는 예였다.
어느 눈 오는 날 나는 사용자 데모를 앞두고 불안정한 시스템을 손보려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샤론이 들렀다가 콘솔 앞에서 축 쳐진 나를 발견했다.
잠시 사라진 샤론은 따끈한 스프를 들고 나타났다. 샤론은 스프를 부어주며 내 기운을 북돋았다.
나는 온갖 관리자 업무도 많은데 어떻게 이런 데까지 신경을 쓰냐고 물었다.
샤론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톰, 이것이 관리입니다."
- 톰 드마르코


위 이야기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나 또한 일(project) 보다는 사람을 챙기려고(management) 노력하는 편입니다.

실제 프로젝트 관리에 있어서 관리의 90% 이상은 사람에 대한 관리입니다.

단순 자원(human resource)으로서의 관리가 아니라 팀원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PM으로써 가장 중요한 업무입니다.


특히 디자인, 개발 등 다른 종류의 업무를 각기 다른 이해와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진행하게 되는 것이 프로젝트라 사람들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많은 상처들을 주고받습니다.

중간에서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때로는 생긴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것이 PM으로써 내가 하고 있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때로는 그 과정에 본인에게 가장 큰 상처가 생길 때도 있지만...)




아이에게는 PM이라는 일을 이렇게 고쳐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아빠 회사 동료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돕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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