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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Jul 04. 2020

브런치는 게임이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으로 살펴본 '브런치'

얼마 전 브런치에 생각보다 게임요소(Gamification)가 많이 도입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이란 소비자 대상 웹이나 모바일 사이트 등 게임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에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게임 플레이 기법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위키피디아)


운영자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브런치'에는 많은 게이밍 요소를 숨겨 놓았고, 우리는 어느덧 그 마수에 걸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게임이야'


게임뿐만 아니라 재화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무료로 얻은 것보다 유료로 얻거나 노력해서 얻은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애착을 갖는다. 브런치는 이러한 심리를 조금 이용한다. 처음부터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심사'라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한 번에 작가 선정되었다는 사람보다는, 몇 개월 혹은 1년여에 걸쳐서 떨어지면 다시 시도하고 해서 브런치 작가가 되는 사람이 많다.

다른 플랫폼들이 무료로 가입만 해도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반해, 브런치는 심사를 통과한 사용자들만 글을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는 성취감을 선사하고 글쓰기를 독려한다.


다른 플랫폼들은 가입만 하고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는 사용자들이 많지만, 브런치는 이미 심사과정에 사용된 글'발행'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가들은 최소 1개 이상의 글을 쓰면서 시작할 수 있다.

게임 캐릭터에게 나무칼을 쥐어 주는 것과 같은 효과인 것이다.



브런치 발행 알림


'지이잉~지이잉~'

유독 다른 애플리케이션 알람보다 브런치 알람이 눈에 띄게 길게, 그것도 두 번이나 울리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안드로이드 폰 기준)


"이 시간에 누구야?"

"브런치야."


아내는 본인은 정작 브런치를 하고 있지 않지만, 내 스마트폰 알람 중 브런치 알람을 구분할 줄 안다.

구독하고 있는 작가가 많아 그들이 글을 발행할 때마다 울리는 알람은 늦은 시각에도 자주 울린다.


다른 플랫폼도 구독하고 있는 사용자가 포스팅하는 등 다른 사용자의 활동이 감지되면 알람을 울린다.

누군가의 영어나 코딩 강의가 업데이트되었을 수도 있고, 그날의 무료 앱을 소개한다거나, 재미있는 여행 후기, 맛집 소개 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브런치 알람은 다르다. 내가 글을 쓰고 있지 않는 시간, 누군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을 캐내어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 알림은 묘한 경쟁심을 부축인다. 때론 긴장할 때도 있다.

늦은 시간이든 주말 아침이든 상관없이 누군가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

다들 열심히 던전에서 모험하며 아이템을 캐내고 있는데, 내 인벤토리만 텅텅 비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알림 소리가 마치 '이봐, 다들 열심히 쓰고 있는데 너는 뭐해?'라고 하는 것 같다.



가끔은 'Jackpot'


따로 알고리즘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담당자가 선정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음 메인 등에 노출되는 경우 조회수 폭발을 경험하게 된다.

내 지적 생산물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공감받는다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마치 매일 받는 랜덤 아이템 상자에서 평소에는 100, 200원 정도 나오던 것이 1,000,000원이 나왔을 때의 느낌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한번 잭팟의 맛을 느낌 사람들은 좀처럼 도박일지라도 게임을 끊기 힘들다.



'Level Up' System


처음에는 바로 브런치북으로 글들을 엮을 수 있는 줄 알았다.

여기저기 검색해보고는 글이 10개 이상이어야 브런치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개 이상의 글.

단편을 쓰는 브런치 작가에서 글을 주제로 엮어 책을 만들 수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글의 개수.


경험치를 쌓고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 '구독자 수 00명이 되었습니다.' 식의 알람은 브런치 세계관 내에서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 또한 재미있는 게임 요소이기도하다.

더군다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POD 등 실제 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글쟁이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다.




글쓰기 게임 서비스 '브런치'.

글쓰기 유저라면 마음껏 즐겨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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