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맞은 편에 앉아있던 무표정한 얼굴의 그.
그의 첫인상은.....??
사실 그 당시 크게 인상 깊진 않았다.
말수가 적고 잘 웃지 않고..
특이사항은 헝가리에서 2년반째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는 것.. 정도?
이렇게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유심히 좀 관찰할 걸..
"남자 친구 어떻게 만났어?"
"예비남편 어디서 만났어요?"
라는 질문이 가끔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프라하에서 만났어요"라고 대답을 하면 대부분,
너무 로맨틱하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이 로망이다, 프라하의 연인이라니.. 등등의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반응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그 당시 우리는 정말... 이렇다 할 추억이 없었기에
프라하에서 체코 음식에 와인도 아니고 삼겹살에 소주.. 를 마시며 다수와 섞여있던 기억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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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는 9시면 모든 마트가 문을 닫는다.
이미 사 온 술과 음식은 바닥이 났고, 모두에게 아쉬운 밤인지 마트가 문이 닫기 전에 이것저것 사 오기로 했다. 나는 술이 좀 오르기도 했고 나간 김에 바람이 쐬고 싶어 마트에 가겠다 자청을 했지만, '넌 여기 있어!' 하고 게하 사장님에게 바로 제지를 당했다.
몇몇이 나갈 채비를 하는데 갑자기 남자 친구가 나를 힐끔 보고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안 갈 거야? 필요한데.. 짐꾼"
"음.. 갈래요”
이렇게 우리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처음 서로 말을 트게 되었다.
장을 보는 내내 주변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던 건지
어디선가 다가와 내 팔에 팝콘 한 덩이를 덥석 얹고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 서로에 대해 잠깐의 대화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해외에는 언제부터 나와있었는지
너무 오래 나와있으니 외롭지 않냐는 둥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 말이다.
우리가 어떤 인연으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생각할 때가 있다.
첫눈에 지저스! 할만한 느낌도
가슴이 떨릴만한 스킨십이 있었던 것도
특별한 기억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자리를 파하고 친구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사람 성격이 좀 괜찮은 거 같아” 라며
친구에게 흘리듯 말했던 것과
시간이 꽤 지난 후 어느 날 식사를 하는데
게하 사장님이 ‘여태까지 온 손님 중에 맘에 든 사람
없었어?’라고 물었을 때, 왜
‘음 - 그때 맘에 든 것 까지는 아닌데 그 오빠 쫌.. 괜찮았던 것 같아’라고 말한 건지
분하지만 내가 먼저 관심을 갖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지금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고
그때 남자 친구의 첫인상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의 내 남자 친구 인상은 또렷이 기억한다.
무표정한 듯 무뚝뚝해 보이지만
눈에 예쁜 속쌍꺼풀이 있어서 웃을 때 엄청 예쁘다.
생각보다 다정하기도 하다는 것
나름 반전의 매력을 보이는 중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