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꼭 만났어야 할 인연
#
팬데믹 상황이었음에도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밟았던 유럽 땅에 가자마자 시련을 당했다.
여행으로 가는 타국과 보금자리로 찾아간 타국의 현실은 달랐고, 믿었던 사람은 신뢰를 저버렸다.
그래, 현실이야 늘 부딪혀왔던 것이지만 사람에 대한 실망은 그곳에서 더는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매일매일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헛수고라는 생각에 일단은 버텼다.
약 3일 동안은 이곳이 프라하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죽은 듯이 누워만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한국인이 그립다...
한국인과의 소통이 절실히 필요했던 나는 한국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한인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제는 오빠)들과 연락이 닿아 척박할 뻔했던 나의 프라하 살이는 조금은
생기를 찾았다.
-
# 8월의 어느 주말
프라하는 2019년도 이후에 두 번째 방문이었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던 아름다운 도시였는데, 사람들이 없는 텅 빈 까렐교를 보니
여전히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 독일에서 친구가 내가 걱정되어 프라하로 왔다.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온 게하 사장님의 연락,
' 오늘 주재원 손님들 왔는데, 6시에 고기 파티할 거니까 너도 와'
전화를 끊고 갈지 말지 고민했다. 친구도 왔고 사실 고기 파티할 만큼 즐거운 기분은 아녔기에
그래도 초대를 받았으니 가보자며 친구와 와인을 사들고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그곳에서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고,
우리가 결혼을 약속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