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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없는새 Jan 04. 2023

#03. 제주도에서 생긴 일

결혼을 한 달 앞두고 프러포즈를 회상하며



2021년 7월 16일 금요일 PM 11:00

제주에서 프러포즈를 받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우리는 이전부터 계획했던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어디서 지나가는 글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배우자로 생각하는 사람과 힘들고 불편한 여행을 꼭 해보라 했던.. 그런 글

나는 겁도 없이 오빠에게 한라산 등반을 해보자며 자신 있게 내던졌다.

오빠는 웃으면서 흔쾌히 동의했고, 그렇게 그는 코스 중에서도 제일 힘들기로 유명한

성판악 코스로 선정해서... 나를... 인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보다 더 독한 남편 놈이다)




# 늦은 밤 도착한 숙소에서 생긴 일



퇴근 후 늦은 비행기로 제주도에 도착하니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다음날 오전 5시에 일어나야 백록담을 찍고 내려올 수 있다는 오빠의 말에

첫 여행의 달콤함도 잠시 맥주타임이고 뭐고 얼른 씻고 잠을 자지 않으면,

죽음만이 나를 기다리겠구나 싶어 서둘러 짐을 풀었다.

아니 그런데, 저..... 극기훈련 가나요!? FM 조교님이신가요!? 아무리 내가 제안한 거지만

오빠가 조금은 얄미웠다!! 게다가 우리는 연애 극극극극극 초반이었다고!!!!

후다다닥 씻으러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오빠가 나를 붙잡더니 손에 작은 책을 쥐어주고

눈짓으로는 작은 상자가 있는 식탁을 가리켰다.

그때까지도 나는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는데.

이유는... 책.. 제목 때문이었다.


그 당시 오빠랑 나는 넷마블에서 출시했던 '제2의 나라'라는 게임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오빠가 쥐어준 책에 떡하니 게임 이름이 적혀있었기 때문에 나는 '엥? 왜 이걸 나한테?..

혹시 게임 공략이 적혀있나? 좀 잘하라는 뜻인가?'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오빠한테 먼저 씻고 오라고 마구 등을 떠밀고는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Chapter 1. Praha의 인연

당신은 우연한 기회로 생기는 인연이 있다는 말을 믿으시나요?
지금부터 저에게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을 들려드리겠습니다.

- 남편의 프러포즈 책 내용 중 -





책의 말머리를 읽자마자 이게 게임의 공략집도 평범한 책도 아니란 것을 알았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책 속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프러포즈구나..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저 작은 상자는 반지? 아니면... 목걸이? 겠구나...

책장이 넘겨질 때마다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스스로 굉장히 놀라웠다.

늘 궁금했었다. 영화나 티브이에서 혹은 주변 소셜 플랫폼에서 우연히 프러포즈 장면을 볼 때마다

굉장히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던데 정말 그런 기분일까?

썩 감동적이지 않으면 어쩌지.... 예상되면 어쩌지...?


(지금은 이런 생각들이 저~~~~~~~~~엉~~~ 말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유는? 받아보시면 압니다.)


씻고 나온 오빠는 내가 울고 있으니 잔뜩 놀라며 뛰어와서 안아주었다.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는데.. 내가 너무 멋쩍어지네.. 더 화려하게 해 줄걸"


이 화려한 글 솜씨에 확 넘어가 버렸다.

그래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매일 오지게 싸우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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