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극초기, 부다페스트에서 임신테스트기 사용
어느 일요일 오전,
전날 남편에게 허락을 구하고 부다페스트에서 친해진 하옹이와 지히랑 걸스데이 나잇을 보내고
새벽 3시에 귀가했다.
다음날이 되니 느끼한 걸로 해장을 너무나 하고싶어,
조각피자를 배달해 맥주와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
배가 부르니 넷플릭스 한편 딱! 틀어놓고 쉬고있었는데,
이번달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3일정도 지난 것 같은데 혹시나! 아주 혹시나 해서 wolt 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주문했다.
그런데.. 설마가 진짜가 되었다. 빠르게 두줄로 변하는 것을 보고, 잠시 고장나 버렸다.
지난주도, 어제도, 방금도!! 난 음주를...했단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남은 맥주를 싱크대에 버렸다.
이것이 오류가 아닐까 싶어.. 그 뒤로 wolt로 각각의 제조사가 다른 제품으로
테스트기를 시전했는데......... 모두 엄청 빠르게 두줄이 되었다 ㅠㅠ
헐...! 이렇게 아기가 찾아오다니...
헝가리에서 팔고있는 테스트기 중 디지털 테스트기가 있는데 (한국에도 있나..?)
검사 후 대략 언제쯤 수정되었는지 주수를 표시해준다.
2라고 뜨면 2주, 내것 처럼 2-3이라 뜨면 2주에서 3주가량, 4+ 는 4주 이상되었다는 뜻이다.
거의 정확하다고 설명서에 나와있었는데....... 그렇다면 나는 임신인 것이다..
주말출근한 남편에게 이 사실을 빠르게 알렸다.
남편 역시 매우 놀랐지만 어쩐지 행복한가보다.
사실 우리는 토끼띠 아가를 갖고싶었다. 결혼식이 2월이었고
1월~3월 안에 가져야 토끼띠 아가를 가질 수 있기에 1월은 이미 늦었으요...
2월은 한국에서 결혼식으로 정신이 없었기에 아기는 천천히 되는대로 갖자고 남편과 합의를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딱! 3월에 임신이 되었는지 나도 신기할 따름이다.
테스트기를 3개나 했는데도 나는 다음날까지도 믿기지가 않아서 또 테스트기를 사와서 해보았다.
(이놈의 의심병...;;)
역시나 두줄이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도 아기가 잘있는지 끝없이 궁금하고
진짜로 있는건가 싶어 배테기로 끊임없이 배에 안부를 물어보고
다음날 일어나면 아기가 삭제될까봐 매일 걱정했던 것 같다.
내가 임신을 확인하고 제일 먼저 한일은 맘카페를 가입하고,
해외에서 아이키우는 23년 예비엄마들의 오픈톡에 들어간 일이다.
이렇게 빨리 정보공유를 위해 내가 움직일 줄은 몰랐고, 맘까페 같은 곳에 내가 가입할거라는
상상은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해외에서 정보는 생명이기에
1.부다페스트 내 단톡방
2.각 나라에서 아기를 키우는 맘들의 방
이렇게 두군데를 가입했다, 각 나라별 아이를 가졌을때의 상황이나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등
몇일 안되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나는 어떤 엄마가 될 것인지, 그리고 아기와 어떤 방식으로 애착관계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둥지야,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아직 엄마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우리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