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시] 국어 영역

개들도 문해력이 문제다

by 이누아

"우리 애가 사실은 겁이 많아 짖는데, 상대방 견주는 사납다고 오해를 하니 속상해요."

네, 부모 입장에서는 서운할 일입니다.


우리 개가 짖고 물려고 해도 절대 악의나 공격성이 있는 건 아닌데 오해를 받는다는 상담을 자주 접힙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정작 보호자가 제일 오해를 하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1교시에 살펴봤듯 개와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나 혼자 행동하고 말해서는 안되고 누군가와 의사를 나누고 서로 이해가 되어야겠지요. 나는 그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상대 강아지와 견주가 무섭거나 불쾌하면 그것은 우리 개가 결례를 한 것이 맞을 겁니다. 강아지가 짐승인데 무례한 게 어디 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 생각 자체가 강아지라는 종족에게 무례할 수도 있습니다.


#개들은 동방예의지국에서 왔다

개는 고도의 사회생활을 하는 집단으로, 공존을 절대가치로 믿으며 종족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 그룹 동물의 세계에서는 서로 지켜줘야 할 선과 규칙들이 분명히 있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무례하다고 받아들여집니다. 오해를 해서 싸움이라도 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개싸움'을 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틀린 말입니다. 동물들은 명확한 이해조건이 없는 한 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영역이나 먹이를 차지하려고 할 때, 심지어 짝짓기 할 상대를 구할 때도 대개는 눈싸움으로 끝이 나곤 합니다. TV에서 본 수컷 사슴들의 뿔 대결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격한 상황입니다. 동물들이 섣불리 싸움을 하지 않는 그들의 세계에는 병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야생에서 동물들의 평균 수명이 짧은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계절이 바뀔 때 유행하는 전염병도 들짐승의 수명에 한몫을 하지만 이동을 하거나 싸움을 할 때 상처가 생기면 치료가 힘들어 상처가 깊어져서 많이 죽곤 합니다. 이런 이유로 동물들은 우리 인간보다 더 준법정신이 투철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개별 개체는 물론 무리 전체의 존속이 위험해지므로 질서를 어지럽히는 '문제적 개체'는 리더인 '알파독'이 경고를 날리거나 무리에서 내쳐지기 십상입니다. 어린 새끼들이 철없이 그런 행동을 할 때도 어미 개에게 혼이 납니다. 목을 지그시 물거나 '으르르' 으름장을 놓아 자기의 새끼를 교육시킵니다. 요즘은 집에서 새끼를 낳지 않아 잘 못 보는 모습이지만 예전에 마당에서 개를 키우며 새끼를 볼 때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그런 어미 개의 훈육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야 강아지들이 상대방이 싫어한다는 의사를 개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행동을 교정하며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알고 계셨던 듯합니다.


이러던 개들이 요즘은 도대체 개의 언어, 모국어를 들어볼 경험이 잘 없습니다.

어릴 때 너무 빨리 번식장에서 어미견과 헤어져 분양처로 팔려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작고 어릴 때의 귀여운 모습으로 누군가의 상품이 되어야 해서 그 시기에 진열장에서 혼자 자라며 듣는 소리라고는 인간들의 전화 응대 소리, 손님들의 감탄사, 여길 보라며 '쿵쿵쿵'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음뿐입니다. 그도 아니면 주변 강아지들이 자기처럼 엄마 품을 빨리 떠나 불안해서 보채고 낑낑대는 소리만 듣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그 어린 강아지는 자기들 세상에서 듣고 자랐어야 할 강아지의 고운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문해력이 떨어집니다.


분양이 된 이후에는 어떤가요. 대개의 가정에서는 강아지를 단독으로 키우게 되지요. 그 성장 기간 동안, 예방접종이 끝나기 전에는 감염병이 우려되어 외출을 잘하지 않게 됩니다. 그동안 강아지는 새로 만난 인간 보호자들이 하는 말만 듣고 자라게 됩니다. 이렇게 성장한 강아지가 마침내 접종을 마치고 세상에 발을 디디게 되었을 때, 동포의 말을 알아들을까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봅시다. 사실은 사람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비극은 일어납니다. 어릴 때 이민을 가거나 해외로 떠나간 해외 입양아가 언어소통의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는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언어의 문제는 사회성이나 친교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효능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잖아요. 이것이 개들도 비슷합니다.


우리도 해외에 나가면 저 사람이 나와 같은 인간 종족인 줄은 알지만 몇 번 보지도 못한 낯선 모습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걸어오면 어떻습니까. 거의 패닉 상태가 되지 않나요. 몇 달 만에 처음 동네 산책을 나간 청소년 강아지들이 딱 이런 상태라고 생각하면 정확할 듯합니다.


#다양한 개의 언어

개들의 언어는 우리와 달리 조금 더 다양합니다. 문자가 없어서 덜 정확할 수는 있지만 그렇기에 언어적 표현이 아닌 몸짓이나 분비물의 냄새 등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와 뜻을 나누니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을 듯하네요. 우스운 비유를 하나 할까요 개를 많이 만나본 경험이 있기만 하다면 사실 개들은 만국 공통어가 있어 언어 번역기가 필요 없답니다. 미국에서 살던 개가 한국에 와서 말이 안 통해 우울증이 걸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개는 본능적으로 언어가 다방면으로 발달한 동물인데, 이것도 해봐야 느는 법. 개를 도무지 만나본 적이 없는 요즘의 댕댕이 친구들은 다른 개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산책을 하는 개들이 개만 보면 미친 듯이 짖어대는 이유입니다. 처음 보는 개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어버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본 저 개의 표정이나 몸짓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 방어가 바로 나오는 것이지요. 우리는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을 종종 화를 내는 것으로 바꿔 말하지요. 개도 그렇습니다. 알 수가 없어 무섭기 때문에 일단 선공격을 하고 보는 것입니다. '선빵'의 법칙. 인간인 우리야 무턱대고 주먹다짐을 하면 경찰서에 간다는 규칙이 있지만 개들의 세계는 아직은 이빨이 법 앞에 있어 먼저 선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려 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소통의 부재는 우리 예쁜 강아지들을 사나운 개로 만들어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다른 개들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 다시 본래의 천사로 돌아오게 되지요.


#강아지에게 국어사전을 돌려주자

그러면 우리 개를 다시 순둥이로 만드는 마법은 무엇일까.

어릴 때, 강아지의 무리에서 최대한 길게 교육과 경험의 시간을 주면 좋으니 충분히 교육받을 시간을 주고 조금 자란 강아지를 입양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내 집에 개가 오기 전의 일이니 우리는 지금 우리 개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보아요.


첫 번째, 외출을 자주 나가 다른 강아지를 다양하게 만나게 해 주세요. 꼭 코인사를 하거나 함께 뛰어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른 개의 존재를 인식하고, 개라고 인지하며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개는 언어를 이해하고, 정보를 습득한 뒤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지금 우리 개가 이미 지나친 흥분과 공격성을 보인다면 집안에만 두지 말고 훈련을 통해 행동을 교정한 후에 세상으로 개들을 내보내 주세요.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이것이 우리 개를 그냥 유리관 안에 살아있는 것이 아닌 개로서 살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살아있는 개에게는 매일 여러 명의 타인과 갖가지 사건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들의 세상은 포즈 버튼이 아니라 플레이 버튼이 눌려져야 합니다.


두 번째, 밖에 나가서는 다른 개들의 냄새를 맡게 해 주세요. 냄새는 개들의 강력한 언어입니다. 그 냄새에는 인간이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똥이나 오줌냄새도 포함이 되는데 이걸 참고 즐기게 해 주세요. 개들이 어느 공간에 머물게 되면 그곳은 개의 발바닥 땀냄새, 마킹하며 배출한 똥과 오줌 냄새, 그 개의 감정에 따른 호르몬 냄새가 가득해지는데, 그 모든 냄새에 그 개의 나이, 성별, 질환, 성격, 출산여부, 영양상태, 그날의 감정 등 다양한 정보가 노출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과학자가 아닌 개 훈련사로서 책으로 배운 내용이지만 실제 서로 모르던 개들을 돌보다 보니 꽤 납득이 가게 되었습니다. 서로 이빨을 보이고 으르렁대던 낯선 두 마리의 강아지를 시간차를 두고 배변패드를 지나가게 했더니 먼저 지나간 개의 오줌을 혀로 핥아 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똥꼬를 내어주면 인사를 하더군요. 인사가 오줌냄새 맡기와 똥꼬 핥기라서 제 입장에서 아주 고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개들의 방식이라면 자유롭게 서신을 주고받도록 두어야겠지요. 이렇듯 우리는 그들의 방식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산책을 나갔을 때 개들이 전봇대의 남의 오줌이나 쓰레기통 냄새를 유난히 맡으려고 하지 않나요? 그 이유가 이것입니다. 개들에게 전봇대는 SNS라고나 할까요. 그곳에는 최근 유행하는 먹이의 정보와 많은 개들이 하트를 누르고 간 흔적들이 넘쳐나는 것이랍니다. 우리도 휴대폰을 한 번 켜면 두세 시간이 훌쩍 가는데 개들도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을까요. 사실 산책은 저 냄새를 확인하러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니 내가 집에 들어와 씻길 게 조금 귀찮거나 더럽게 느껴져도 개들이 맡고 싶은 냄새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내버려 둬 주세요.


개들은 지금 한참 깨톡 중! 그리고 성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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