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아 보아야 사회성이 커진다
"우리 개는 다른 개를 너무 싫어해서, 좀 안아 주실 수 있나요?"
강아지 유치원에 개를 처음 맡겨본다며 보호자가 특별히 부탁을 했습니다.
아니요, 그럴 수는 없어요.
안아주는 것이 귀찮아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불안해 '깽깽' 우는 아기들은 안아주고 달래는 게 간단하답니다.
하지만 이곳은 같은 동족인 개를 만나서 싫은 걸 참는 걸 연습하러 오는 곳입니다.
특별히 몸이 아프거나 노견이 아닌 이상 따로 혼자 특별대우를 하지 않고 있어요.
개들이 무리 생활을 경험하는 강아지 인생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개가 유난히 소심하고 겁이 많은 듯 해 걱정이 되겠지만 요즘 개들은 거의 다 그렇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로 태어나 개를 몇 번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매일 산책을 나가고, 강아지 운동장도 자주 놀러 가는데 무슨 말씀이냐 반문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저기 지나가는 개를 봤다고 그 개를 만난 것은 아니지요.
방송국에서 유명한 탤런트를 보고 "나 오늘 OOO 만났어." 하는 얘기가 난 제일 웃기더라.
그게 무슨 만난 거예요, 그냥 본 거지.
만난다는 것은 인사를 하고, 상대방이 어떤 스타일인지 대화를 나눠보는 게 아닐까요.
그러다 마음이 맞으면 신나지만, 나랑 좀 맞지 않아도 참고 자리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
개도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섞여 살아야지요.
개도 사람도 외로이 홀로 있는 섬이 아니니까.
자식처럼 귀한 우리 강아지, 좋은 것만 주고 기쁜 일만 생기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요. 사실은 좋은 일보다 김새는 일이 더 많기도 하지요.
우리들 인생이 그런 것도 서러운데, 금쪽같은 강아지만이라도 내가 할 수 있으면 지켜주면 좋지 않냐고요?
과연 그럴까요. 온실 같은 유리집에 갇혀 마음 상하는 일 하나 없이, 변화 하나 없이 지루하게 사는 인생은 개들도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매일 몇 십 마리의 강아지를 만나보고 깨달았습니다.
집에서 응석받이로 자라는 개들이 입질과 신경질이 생겨 훈련 교육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집에서 원하는 걸 다 얻어 편안한데 왜 신경질이 느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개와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이동해야 살아남아요.
알고 계시듯 개가 지금의 개가 아니던 시절, 그들은 모두 늑대였다고 하잖아요.
늑대는 무리 지어 사회를 형성하고, '알파독'인 수컷 리더와 '베타독'인 암컷 리더를 중심으로 이모, 삼촌 격인 성체 무리가 사냥을 하며 함께 영토를 지키면서 안전하게 새끼를 낳아 기르며 세대를 이어왔지요.
때문에 늑대에게는 혼자서 살아남는 것이 생존에 불리하거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협동심이라는 개념이 있고, 짖음/하울링 등은 물론 꼬리 흔들기, 귀의 방향, 배를 까는 행동 등으로 다양한 사회적 소통을 하며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누군가와 협업하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에 안심하지요. 때문에 이 경험을 박탈당하면 집에서 편안하게 사는 강아지들이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되어 알 수 없는 신경질이 늘어납니다.
이렇듯 중요한 본능인 사회성을 요즘의 개들이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개들이 딱히 어리석어서는 아니고, 우리가 개들을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도시로 그들을 초대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사실상 요즘의 개들은 다른 개들을 볼 기회가 잘 없지요. 자연스러운 번식을 하기 어려운 요즘, 어릴 때 너무 일찍 부모형제를 떠나 새로운 인간 보호자 집에 입양이 됩니다. 귀하게 데려온 아기 개는 금지옥엽 키워지며 접종을 맞느라 청소년기를 다 지나서야 첫 산보를 나가게 되지요.
그나마 산책이라도 나가면 다른 개를 볼 기회라도 생기는데, 1일 1 산책이 슬로건처럼 번지고 있다고 해도 사실 그 일상을 살고 있는 강아지기 아직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대부분의 개들은 보호자가 회사를 가거나 외출을 나갔을 때, 긴 시간을 혼자 집을 지키게 되지요. 다른 식구가 있다 해도, 그 식구와 그저 집안에 있을 뿐 외부의 다른 사람들이나 개와 사회생활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개들은 남들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라요.
산책을 나가면 다른 개를 잡아먹을 듯이 짖어요.
강아지 카페에 놀러 가도 다른 개가 너무 무서워 무릎에만 있는걸요.
낯선 사람을 보고 너무 짖어서 집에 사람이 올 수가 없답니다.
엄마 껌딱지라 엄마만 졸졸 쫓아다니다, 엄마가 사라지면 하루 종일 울거나 짖어요.
사회성 교육에 관한 상담을 하다 보면 위 문제들을 자주 질문받고는 합니다.
모두 사회성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가 맞습니다. 사람이건 개건 타인을 잘 만나보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면 일단 과흥분이 되고 두려움이 밀려와 다소 공격적이거나 지나친 방어행동이 나와 소리 지르고 화를 내게 되는 것이에요. 이것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번도 다른 개를 만나보지 않았던 강아지가 바로 친구를 사귈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친교를 맺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이때 무턱대고 반갑다고 들이대면서 다시 한번 개들의 사회성은 시험에 들어갑니다.
사회성이라 할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은 누구와도 수줍음 타지 않고 잘 어울려 쾌활하게 노는 것을 생각합니다. 명랑한 성격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개들의 세계에서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싫어할 경우 바로 이빨을 드러내며 싸움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건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학교나 회사에 처음 온 누군가가 통성명도 하기 전에 어깨를 '팍'치며 "우리가 남이가! 와하하하!" 웃어젖힌다면 성격 좋다는 칭찬보다는 조금 이상하다는 손가락질을 받게 되곤 하잖아요.
사회성이 좋은 개라 하면, 강아지 운동장이나 카페에 가서 모르는 강아지에게 '냅다' 다가가 무조건 '똥꼬 인사'부터 하고 보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성이 높다는 것은 타인과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때 관계 속에서 발생문제와 감정을 스스로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개들의 사회성을 키워주고 싶다면 개들끼리 해결하게 조금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명랑해 눈치 없게 아무나 들이대는 개는 혼자 있기 좋아하는 상대 강아지의 짜증 섞인 거절을 경험해 보아야 하고, 그래도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놀자고 앞발로 툭툭 쳐보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이럴 때 반대쪽 강아지도 낯선 상태에서 무작정 다가오는 개가 무섭고 싫지만 또 공격성이나 악의가 없다는 것을 시간이 보내며 경험해 알게 되어야 합니다.
이 행위들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개들끼리 스스로 또 함께 조율하도록 기다려 주면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개가 강아지 카페에 가면 무서워한다고, 다른 개를 보면 도망간다고 냉큼 안아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다 자란 생명체인 우리 집 강아지는 스스로 상황을 해결하면서 경험을 쌓고 해결 능력과 자신감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일까 봐 혹은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소중한 우리 아기라서 모든 것을 대신해 주지 마세요. 우리가 자라면서 안전한 부모의 품을 떠나 험한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길 원하듯, 놀랍게도 개들도 정확히 그걸 원한답니다. 그들에게 조금 불편한 경험도 이제는 한 번 선물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