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이양 Mar 21. 2018

물건들에 짓눌렸던 삶에서 벗어나는 법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

요즘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내가 제일 먼저 한일은 제일 쉬운 단계인 옷부터 처리하는 것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옷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이 다시 쓸 수 있게 중고매장에 기부하기고 했다. 그렇게 매주 한 번씩 아름아름 내 옷부터 시작해서 서류들과 옷장 순서로 정리해나갔다. 아직도 주방과 화장실을 훑어보고 정리해야 한다.  


계기는 항상 옷이 많지만 정작 입을 옷이 없다고 느끼는 것과 내가 사실은 자주 입는 옷만 입는다는 것을 발견한데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는 책상 위는 항상 서류 뭉치들과 잡동사니들로 널려 있고 화장대에서 쓰는 물건만 쓰는 반면 그 안은 왜 그리 복잡하고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지 이 모든 것에 실증과 피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고 난 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틀어놓고 버리기 습관에 대한 조언도 들으면서 매주 월요일이면 물건들을 하나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비보 78회 참고)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책중에서 물건이 간소해지면 하는 일도 효율적이고 기분도 상쾌 해진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물건을 줄이기만 하면 삶의 질이 달라질 거라고 찬양하길래 나도 한번 해봐야 지는 했지만 사실 별로 믿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옷장에서 옷걸이 30개만큼의 옷만 남기고 다 정리하고 어지럽기만 한 책장과 책상을 정리하고 나니까 내 방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홀가분 한지 모르겠다. 그제야 내 방 안의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살아가기에 필요한 공간은 사실 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 이 집으로 왔을 때 원래 살던 방보다 훨씬 작은 방이라 답답하고 고시원 같다고 투덜댔었는데 지금은 내가 생활하기에 제일 적합한 크기임을 깨달았다. 짓눌렸던 짐을 처리하고 나니까 내 삶이 훨씬 단조로와졌고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내 꿈은 트렁크 두 개에 내 모든 짐을 담고 어디는 훌쩍 떠날 수 있어야지 하는 게 목표인데 아직까지는 내 옷들만 두 트렁크쯤 된다. 다른 책이나 필요한 물건들까지 넣으려면 옷을 더 줄이던가 책과 다른 물건들을 중고로 기부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가 갖고 싶어 하고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들 중에는 대부분은 남이 내방을 왔을 때 내가 뭔가 고상하게 보이거나 개성 있게 보이고 싶어 했던 심리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내가 소유한 물건으로 나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방을 보여줄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사람들을 초대할 일은 더더욱 드문 일이라 물건들만 쌓여가고 정작 나는 작은 공간만을 이용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진짜 한 사람을 알아가는 법은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알아가는 것인데 내가 너무 단순하게 물건으로만 나를 표현하려 한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내가 물건을 많이 가진다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닌데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이제는 알지만 그때에는 나의 물건들이 나의 정체성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또다시 물욕이 폭발해서 마구 사들일 수도 있어서 그때 다시 한번 이 느낌을, 이 상쾌함과 홀가분함을 기억하라고 이 글을 남겼다. 지금부터라도 이렇게 하나하나씩 내 삶을 간소하게 꾸려나가려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두 트렁크를 들고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줄의 사진엽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