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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May 30. 2019

할리우드 영화 조연출기#2

조감독, 두 번째 조감독, 프로덕션 막내의 업무사항들

오늘은 촬영 현장 스텝들의 담당하는 일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주로 제작팀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이 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각자가 맡은 Role에 대해서 자세히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현장에는 정말 다양한 부서가 있고 담당자가 있습니다. 주로 촬영팀, 조명팀, 소품팀, 그리고 프로덕션 팀,  그리고 제작팀이 있죠. 그 제작팀에는 프로듀서, 감독, 조감독(1st Assistant Director, 2nd Assistant Director) UPM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프로덕션을 책임지는 사람을 Unit Project Manager라고 하며 이 한 사람이 모든 프로덕션 촬영, 조명, 소품 팀을 짜고 스케줄도 감독, 프로듀서, 조감독과 논의를 하게 됩니다. 촬영 당일에는 UPM 밑으로 Key Production Assistant와 PA들이 있죠. 조감독들은 UPM 산하가 아니라 제작팀과 1st Assistant Director의 직통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상달받게 됩니다. 


조감독은 주로 1st AD와 2nd AD로 나눠지며 현장에서 배우 및 스텝을 지휘하게 됩니다. 물론 각 부서 담장자 하고만요. 절대 남의 팀원을 함부로 부리거나 일을 시키면 안 되고요. 그게 또한 예의이자 룰입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꼭 담당 부서 총괄한테 이야기하고 그 사람이 자기 팀 사람한테 자세히 지시하는 식으로 일하게 됩니다. 그래서 감독도 필요한 부분을 촬영 감독하고만 상의합니다. 그러면 촬영감독이 조명팀을 지휘해 필요한 세팅을 하게 되죠. 1st AD는 현장에서 감독을 대신해 모든 Logistic 한 부분들을 처리하며 촬영에 앞서 Safety Meeting 도 주도하게 됩니다. 현장에서 다른 부서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감독에게 가는 대신 1st AD에게 문의를 하게 돼있습니다. 1st AD는 자신이 짠 스케줄에 맞게 그날 촬영분을 다 마칠 수 있도록 현장에서 각 팀을 지휘하게 됩니다. 스텝들은 조금만 느슨하게 되면 잡담하게 되고 늘어지니 1st AD는 각 부서가 빠르고 신속하게 조명이나 소품을 세팅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사람입니다. 촬영이 지연되면 또 다른 프로덕션 지출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Wrap time 즉 하루 일정을 마치는 시간을 잘 지켜주는 조감독이 신뢰도가 높고 일도 잘한다고 생각하니 그 때문에라도 조감독은 기를 쓰고 시간 엄수를 요구하게 되죠. 


2nd AD는 주로 배우들 관리와 엑스트라 관리를 책임집니다. 배우들이 제시간에 도착해 헤어 & 메이컵을 받도록 지켜보고 ETA 즉 헤어 메이컵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에 대해 수시로 1st AD한테 보고합니다. 배우들이 모두 준비되면 1st 조감독의 허락하에 현장에 데려와 리허설을 하게 되죠. 리허설 도중이나 촬영 중간중간 배우들이 혹여나 필요한 물건들이나 추위나 더위를 타지 않도록 보호하고 케어하는 것도 해야 할 일들 중에 하나죠. 2nd AD는 1st와 단짝이 되어 움직이며 첫 번째 조감독의 모든 필요를 보조하게 됩니다. 배우들이 도착시간과 언제 촬영이 들어갔는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마지막에 UPM에게 프로덕션 리포트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계약서 사인도 꼼꼼히 챙기고 관리하게 됩니다. 또한 매일매일 촬영 스케줄표를 작성해서 모든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게 됩니다. 물론 2nd AD가 작성하고 나면 프로듀서, 감독, 그리고 1st AD의 승인을 받게 됩니다. 더 심한 경우는 그 윗선 제작사 프로듀서의 허락도 받고 나서야 촬영 스케줄을 전체 이메일로 보낼 수가 있습니다. 일단 한번 나간 스케줄은 변경이 어려우며 변경해서도 안 되는 게 프로의 방식이더라고요. 특히나 배우들에게 한번 나간 스케줄 표는 실수를 했더라도 그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각 배우들을 현장에 부르는 시간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이메일은 그들이 특별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각각 따로 보내야 하고 빨간 큰 글씨로 그들의 시간을 표시해줘야 합니다. 촬영 스케줄표에는 주차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촬영 관련 주의사항을 꼭 기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힘들다면 힘들 수 있는 제작팀 막내 Production Assistant의 업무사항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영화산업 쪽에서 보통 이 일로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팀을 서포트하다 보니 궂은일도 많아서 가장 많이 배우는 직함이기도 하지만 또 많이 waste 되듯이 여겨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큰 프로덕션에서는 30명 가까이 되는 PA를 쓴다고 하니 뭐 말 다했죠. 그들은 주로 Crafty 즉 식사와 간식 담당이기도 하고 주차요원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Swing 하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채웁니다. 남들보다 일찍 도착해 프로덕션 트럭을 열어 스텝들을 위해 텐트, 책상, 걸상 셋업부터 간식, 커피, 등을 관리하고 스텝들이 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물을 준비해주고 걸상이 필요하다고 하면 걸상을 준비시켜주며 모든 방면에서 서포트를 해주게 됩니다. 큰 프로덕션인 경우 Crafty만 책임지는 사람이 따로 있기에 굳이 PA들이 와서 셋업 하거나 도울 필요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다른 팀은 다 현장을 떠나도 PA들은 떠나지 못하고 현장 청소와 현장 보존을 위해 남아야 합니다. 그 외에 현장에서 사용했던 모든 텐트, 걸상과 책상들을 다시 트럭에 넣고 현장을 원상태로 복원시키고 나서야 퇴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만큼 고되고 가끔은 회의가 들 때도 많은 직함입니다. 저도 PA부터 일을 시작해서 남들이 다 떠난 현장에서 쓰레기 주울 때는 정말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걸 하려고 안정적인 편집 일 때려치우고 공부 4년을 했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2nd AD까지만 올라가도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부분들을 PA들 한테 물어보고 지시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점점 쉬워지긴 하지만 현장에 일찍 나가고 하루 종일 야외 촬영이 있는 날이면 말처럼 현장일이 낭만적이진 않더라고요. 가끔은 내가 정말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같은 노동의 강도로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모니터 앞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생생하게 지켜보고 그 결과물을 스크린으로 보는 일은 여전히 짜릿하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달콤하거나 낭만적이지 않아서 그 과정도 온전히 즐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현장이 좋아서 이 일을 택했으니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버티다 보면 한해 한해 쉬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편에는 할리우드 인종차별 및 노동환경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오랜만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천한 제 글이 누구에게 이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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