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이양 Aug 03. 2019

할리우드 영화 조연출기 # 4

영화와 광고 현장의 차이

오늘은 영화 현장과 광고 현장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의 경력이 아직 1년 차라 많은 현장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단편영화 현장은 보통 40-60명가량 동원됐던 현장이었고 광고에서는 많게는 30명가량 적게는 10명 가까이 되는 현장들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1st Assistant Director(조감독), 2nd Assistant Director,  Associate Producer, Key Production Assistant로 참여했었습니다. 두 현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촬영 속도와 메인 스텝들의 롤인 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 현장은 엄청 세분화되어 있어서 그날의 스케줄도 미리 준비시간, 대기시간, 촬영 시간까지도 계산이 된 Hour by Hour라는 시트를 가지고 조감독이 움직입니다. 즉 예산이 있기에 그 시간 안에서는 모든 촬영을 마치는 방향으로 일한다는 거죠. Hour by Hour 시트는 조감독이 미리 만들어놓은 스케줄표를 보면서 그날그날 수정합니다. 대부분 조명과 소품이 세팅되면 조감독이 배우들을 불러다가 리허설을 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는데요. 그날의 바람, 햇빛의 방향과 빛의 온도에 따라 엄청 기다리면서 찍을 때도 있고 그 배우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올 때까지 끌어내려고 대기하면서 조금은 느리지만 정성을 들여서 한 장면 장면들을 찍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촬영이 길게는 2주에서 한 달, 적어도 한주는 찍게 됩니다. 15분짜리 단편 하나를 만드는 예산이 시대극이라 7만 5천 불 드는 현장이 있는 반면 장편 한편을 3만 불에 찍으려고 하는 팀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예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소품과 더 퀄리티 있는 장면들을 구현해낼 수 있으니 그 결과물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예산이 빵빵한 팀은 소품도 Universal Studio Prop shop이나 Warner Brothers Prop Department, 그리고 할리우드에 있는 갤러리나 여러 소품샵에서 소품들을 빌려 쓸 수 있지만 예산이 적으면 진짜 Goodwill Store(중고 만물상)에 가서 옷이나 소품들을 싸게 구입할 수밖에 없죠. 

유니버설 스튜디오 소품 샵 스틸

그리고 영화 현장에서는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모든 질문은 감독으로부터 컨펌받게 됩니다. 하지만 감독이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공간을 주고 쉽게 다가가지도 않는 편입니다. 그 대신 모든 진행사항에 대한 질문들은 조감독이 결정하고 진행하는 편이죠. 각 부서마다 부서 팀장이 있기에 일을 할 때에도 척척척 잘 진행되는 편이고 배우랑 이야기하고 조언을 주는 사람도 감독 한 명입니다. 다른 팀들의 사람들은 감독을 도운다 라는 개념으로 보통 일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촬영감독도 배우들의 연기에 최대한 관여하지 않고 기술적인 부분만 신경 쓰게 되고 수정사항이 있으면 감독한테 건의하고 직접 배우들에게 디렉팅을 주지 않습니다. 감독도 촬영감독과 조감독과만 상의하고 조명팀이나 카메라팀 사람들하고 직접 지시하지 않더라고요. 

단편영화 현장 스틸 

그와 반대로 광고 현장은 가끔은 광고주들이 같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주가 모니터를 보면서 수정할 부분이나 의견들을 배우한테나 감독한테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광고 현장 감독들도 이런 부분에서는 월권행위라 생각하지 않고 유들 있게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을 지휘하는 편입니다. 광고 현장은 또 동원되는 인력이 적다 보니 프로듀서로 참여한 제가 조감독 역할도 하고 배우들과 스텝들을 챙겨야 하는 즉 여러 가지 역할들을 다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큰 광고 현장에서는 주로 조감독이 현장을 지휘하고 Key Production Assistant 가 진행팀을 진두지휘하고 현장에 필요한 부분들을 채우게 되더라고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 시간대에 현장 스텝들에게 밥을 제공하는 것과 혹시 알레르기나 못 먹는 음식이 있는 사람들의 음식을 따로 제공해서 촬영에 편하게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챙기는  것입니다. 먹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도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그분은 음식을 못 먹고 12시간을 일해야 하는 거라 또 엄청 중요한 문제거든요. 회사에서도 Front Desk 일하시는 분이 점심을 주문해 주는데 혹여라도 잘못 오더 하면 그렇게 화가 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음식은 작은 부분으로 보이나 결코 작지 않은 아주 중요한 프로덕션 막내들의 업무입니다. 그리고 음식 때문에 감독님과 촬영감독님들의 시간을 지연할 수 없으니 촬영이 끝나면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미리 세팅해주는 것도 막내들의 임무이고요. 점심시간은 보통 45분 정도 되는데 마지막 사람이 앉아서 먹는 시간부터 45분을 계산합니다. 조명팀이나 다른 부서에서 뒷정리하느라 늦게 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마지막 스텝이 앉아서 음식을 먹는 그 시간부터 계산하다 보니까 누구나 45분 쉴 수 있도록 룰이 되어 있더라고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또한 너무 감사한 룰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다들 현장에서 고생하다가 늦게 와서 15분 급하게 먹고 또 현장에 복귀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서 일해보셨다면 알겠지만 정말 너무 힘들고 서럽거든요. 지금은 그나마 세상이 좋아져서 현장 스텝들의 인권도 최대한 보호하고 권리를 챙겨주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서 감사할 나름입니다. 

광고 현장 스틸 

그리고 위에서 설명했듯이 영화 현장은 감독이 총책임자고 모든 결제를 하지만 광고 현장에서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프로듀서는 옆에서 client와 함께 모니터를 보면서 최종 점검하고 감독은 주로 카메라 팀들과 좋은 장면을 만들려고 주력합니다. 어쩌면 감독도 프로듀서가 고용한 직원인 거라 생각하시면 이해되실 거예요. 그리고 현장에서 대강의 스케줄이 나오기는 하지만 보통 스케줄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을 고용하여 찍을 때도 많다 보니까 보통은 리허설 시간도 길고 여러 테이크를 많이 가는 편도 아니기에 최대한 빨리빨리 다음 샷으로 넘어가는 편입니다. 그리고 광고 현장에서 주로 여러 촬영 장소에서 찍는 경우도 많다 보니 한 씬에 그렇게 정성 들여 찍을 수 있는 예산과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까 빨리 찍고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조감독이 스케줄에 맞게 우리가 촬영하고 있는지 수시로 감독하고 소통하고 그 시간 안에 모든 준비한 샷들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감독도 유들 있게 아티스트의 고집을 부리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더라고요. 물론 광고는 대부분 감독님이 편집하다 보니 본인이 어느 지점에서 어떤 샷들을 쓸지를 아니까 시간낭비를 안 하고 빨리 찍을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능력 있는 감독은 많은 찍는 감독이 아니라 자기가 편집하면서 어떤 샷들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고 다른 요소들에 흔들리지 않고 정말 꼭 필요한 장면들만 찍더라고요. 이 앵글, 저 앵글 다 찍어보고 나중에 편집실에서 고르자 하는 감독의 작품이 더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정말 꼭 필요한 장면들만 찍는 감독들이 정확한 편집점을 아니까 시간낭비, 돈 낭비를 적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Client들이 이거 해보면 어때요 저걸 해보면 어때요 할 때 고민하고 바로 정중하게 거절할 수도 있고요. 이런 팀들과 함께 일을 할 때면 정말 현장이 신이 납니다. 무엇이 좋을지 몰라서 배우들 고생시키고 스텝들 고생시키는 감독들은 보통은 아무추어다 보니 물론 배워가는 과정이지만 현장에서 손과 발이 되어줘야 하는 스텝들만 죽어나는 거죠. 다행히 저는 좋은 사람들과 그리고 좋은 감독님들과 많이 일하게 되어 현재까지는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는 영화 현장 Call Sheet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콜시트는 조감독이 만들고 모든 현장 스텝들에게도 이메일로 보내는 현장 스케줄 표입니다. 한국에서 일해보지 않아서 미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만든 콜시트는 대부분 그날에 찍을 씬들의 페이지 수와 내용, 모든 스텝들과 배우들의 현장 도착시간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촬영 스케줄에 따라 배우와 스텝들의 도착시간도 다르고 현장 스텝들도 바뀔 수 있으니 촬영 전날 수정의 수정을 걸쳐 보통은 촬영 전날 6시 전에 보내주게 되어 있습니다. 미리 촬영 스케줄을 한눈에 보고 자신이 몇 시에 현장에 가야 하는지를 6시 전에 확인하고 그날 저녁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죠. 자세한 부분은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리우드 영화 조연출기#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