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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Mar 07. 2020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건 결국엔 습관이다.  

특별한 주제가 없이도 

3시간을 쭉 통화할 수 있는 친구가 몇 있다.

좋은 친구와 오래 통화하는 건 

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 힐링이다.

글을 쓰는 게 나에게 그런 시간이다.

특별히 힘을 들이지 않고도 

최고의 만족도를 끌어내는 

나만의 작은 취미이자 습관이다.

글을 쓰고 나서 다시 읽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런데도 피로감이 없이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되고 

소소한 행복감까지 주는 취미가 

또 있을 가 싶을 정도로 

나에겐 글쓰기가 삶에 좋은 영양분을 만들어 준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나는 동네 골목대장처럼

활동적이고 활발했던 아이였다.

근데 요즘은 "어쩜 그리 차분해?"라는 

소리를 더 많이 듣는다.

나이가 들어서 옛날만큼 

활동적이지 않게 된 것도 있지만 

이젠 뭔가 정적인 것들이 더 좋고 

조용하고 차분한 게 더 좋다.  

옛날에는 집에 있어도 

무조건 소리가 들릴 수 있게 TV를 켜놓았었다.

근데 지금은 아무 소리 안나는 조용한 공간이 

있다는 것에 행복감과 힐링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시끌벅적한 친구들 과의 시간들도 즐기지만 

또 혼자서 조용하게 사색하고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도 꼭 가져야 한다.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할  

내가 분주하고 무료하게 산다고 느낀다.

그러면 곧 머지않아 

모든 것에 회의와 권태를 느끼며 

글을 써야겠다 라는 충동을 느낀다.

글을 쓰고 나면 내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되고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므로 인해 

지금 느끼고 있는 혼란스러운 이 감정이 무엇인지 

또 무엇이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지 

어렴풋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말하기를  

글 쓰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고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집요하게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니까 말이다.

어떨 때는 그 글들이 너무 두서없고 

 그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이라 

그냥 저장하고 한참이 지난 뒤 다시 돌아와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게 뭐였는지 

생각하면서 다시 글을 이어간다.

그러면 항상 그전보다는 정리된 글들이 나온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가끔 생각지도 못하게 나의 글이 

하루새 많은 조회수를 올릴 때가 있다.  

그럼 나는 조금 의아해한다.

왜 그 글이 조회수가 많이 나왔지?

그냥 그 시간대에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그런가?

여러 가지 원인을 찾게 된다.

유튜브를 갓 시작한 사람들이 

구독자 수에 현혹되어서 자꾸 들어가서 체크하듯이 

나도 자꾸 새로 고침을 하면서 확인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면 

업데이트되던 작은 하늘색 동그라미를 보는 게 

매번 얼마나 설레던지...

그게 뭐라고 자꾸 새로고침 하게 됐었다.

근데 그런 걸 신경 쓰다 보면 

내가 글을 쓸 때 중심을 잃고 휘둘릴 때가 있다.

뭔가 의식하고 쓰는 글들은 

왠지 모르게 진짜가 아닌 느낌이 든다.

그럼 그건 내가  쓰는 본질적인 

이유가 아닌데 말이다.

돌이켜보면 처음에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하고 싶어서 

썼던 글들이 나를 살렸다.

몇 년 전의 썼던 일기들만 들여다봐도 그렇다.

설레는 짝사랑에 대한 마음들과 

상황이 힘들어 괴로워하던 때의 

마음들이 구구절절 얼마나 디테일하던지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쓴 게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해서 기록했던 시간들이 

시간이 지난 뒤 읽어보니까 

그 시간들을 잘 버텨오고 그때보다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흐뭇하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글이란  그런  같다.

 때는 아마  가치를 모를  있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숙성되는 와인처럼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 유명한 “안나의 일기" 도 

글을 쓰고 있던 당시 그 어린 소녀는 

나중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기를 읽을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 힘든 상황 가운데서 그녀가 쓴 글들이

그녀의 삶을 조금은 위안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글을 꾸준히 쓰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보면

이분들이 정말 고심해서 

한 단어 한 단어 선택해서 

글을 썼겠지 싶어 감탄하게 된다.

그런 거에 비해 나는 그냥 써지는 대로

너무 마음대로 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내가 출판을 목적으로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쓰려고 한다.

지금처럼 조용히 브런치에 올리고 

소소하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꾸준히 쓰겠다.

주위 사람들에게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괜히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말처럼 

비췰 때가 있어서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그냥 내가 좋아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멋있어 보여서가 아니라

그냥 글 쓰는 게 좋아서 글을 쓴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글들이 

또 나중에 나를 살리고 

나를 웃게 만들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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