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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by 캐서린의 뜰


어떤 기억은

계절과 계절사이의 성긴 틈 사이로 빠져나오기도 하고

해거름 바람에 실려오는 장작 타는 냄새를 따라오기도 하고

잊고 있던 곡 하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함께 새어 나오기도 하지


오후 5시 반의 노을이 물가를 적시면

산 그늘은 무겁게 가라앉고

가을 오후의 햇살이 억새 사이로 아스러지면

눈가에 맺힌 설움 두어 방울 황급히 훔치고

등을 돌려 어둑해지는 동쪽 하늘을 향해 고요히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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