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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의 뜰 Dec 02. 2024

연어장을 먹다가

너의 꿈을 헤아려본다


연어  샐러드가 먹고 싶어 냉동되지 않은 연어 필렛을 샀다. 항공 직송 연어 뱃살 1킬로를 구매해서 샐러드도 해 먹고, 아이들 먹이려고 스테이크로도  굽고, 그래도 반이 남아 연어장을 만들어 사나흘 점심 반찬을 걱정하지 않고 잘 먹었다. 오늘, 마지막 한 끼까지 잘 먹다가 문득 내게 온 이  연어 한 마리의 여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네게도 꿈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추측컨데 너는 노르웨이 연안(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먼)의 푸른 물살을 가르며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었겠지. 선홍빛 살이 차오른 너는 어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얼마 앞두었을지도. 그러다 불행히 마수와도 같은 거대한 낚시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한 채 어선에 몸을 싣게 되었으리라. 그리고는 영문도 모른 채 비좁은 공간에 갇혀 너의 친구들과 몸이 뒤엉킨 채로 비행기를 타고  바닷속이 아닌 하늘 위를 날아 낯선 바람이, 정체 모를 향기가 있는 이 땅으로 실려 왔겠지. 심해의 고요에 익숙했던 너에게 난기류를  통과하는 비행기의 흔들림은 얼마나 큰 두려움이었을까. 육지에 가까워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없는 굉음, 매캐한 공기로 가득 찬  무지의 공간에서 노르웨이의 어느 강가를 그리워하다가 눈을 감았을 너를 그려본다. 네게도 영혼이 있다면 너의 영혼은 지금쯤  인도양을 지나 대서양을 거슬러 올라 노르웨이 해에 닿아 있기를 바란다. 그곳에서 길 잃지 말고, 불곰에게 잡혀 먹지도 말고, 네가 어릴 적 노닐 던 그 강가에  도착해 고단했던 마음일랑 내려놓고 알알이 루비처럼 빛나는 산란을 기어이 마친 후 편히 쉬기를.


오슬로를 떠나 서울로 그리고 내가 있는, 세계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이 작은 마을까지 와 준, 두려웠을 너의 여정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득 담아 이 기록을 마친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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