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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Aug 27. 2022

진짜 나로서 살고 싶어

오늘도 내일도 내 생명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부모님은 대학교를 졸업했으니 최대한 빨리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는 나를 답답하게 생각하셨다. 얼른 취업하라고 압박했고 엄마는 나를 교회의 누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강제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곳에서 튕겨져나왔고 몇 년을 넘게 방황했다. 그럴 때마다 얼른 일을 해서 돈을 벌으라고 보챘다. 나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진짜 나로서, 진정한 내 모습으로서 살아가고 싶었다. 


 굴곡진 삶이었지만 나는 운이 좋았던 것일까, 방황하는 동안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는 모습은 각각 다르고 무늬외 표면도 달랐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에 자긍심을 갖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수가 걸어가는 '평범한' 삶에 염증을 느꼈다. 일정 나이가 되면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을 하고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또 일정 나이가 되면 부모가 되고 또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에 의문이 들었다.


 그 나이가 되었으면 적당히 남자 하나 만나 시집가서 애나 낳으라는 말을 들었다. 넌 무슨 세상에 그렇게 욕심이 많고 잘 살고 싶어하냐, 세상이란 원래 더러운 곳이고 인간은 만족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물론 인간은 만족하지 않는다. 세상이 마냥 꽃밭처럼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곳이 아님도 맞다.


  하지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육아를 한다는 것은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것과 천지차이다.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생명의 무게는 매우 무겁다. 단지 내 나이가 몇 살이 되었다는 이유로 인생의 중대한 일을 치르고 육아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이 그렇다해서 나까지 내 마음과 생각을 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


 가끔은 내가 평범하게 계속해서 그 직장에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그저 그런 사무직 회사원으로 살았을 것이다. 돈은 지금보다 많이 모았을거다. 하지만 그게 진짜 나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사무실에서 엑셀 표를 작성하고 거래처 전화를 받는 그 사람이 정말로 나일까.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그만 둘 수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회사에 대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속에서 받아주지 않는 음식을 고민하지 않고 바로 토해내듯이, 나는 그 회사가 나와 어울리지 않아 그만두었을 뿐이다. 그래서 다른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물고기를 위해 공부하고 힘쓰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고 내 모습에 당당하고 자긍심을 느낀다.


 현재 나는 평일에는 작은 수학학원에서 보조 파트타임 일을 하고 주말에는 물고기의 질병과 사육, 관리, 번식에 대한 공부를 하고 금붕어를 기르는 인생을 살고 있다. 나에게 물고기란 행복, 즐거움, 기쁨, 슬픔 즉 모든 것이 되었다. 이제는 물고기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운명인 것처럼 나는 지금 더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보잘 것 없는 초라한 삶이겠지만 나는 오늘도 내일도 내 생명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이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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