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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Aug 28. 2022

당신의 금붕어를 사랑해주세요

물테크, 물고기+재테크에 대한 부정적인 단상




 학교를 다닐 때 나는 지식이 많고 똑똑한 수산질병관리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강의와 전공책 내용을 통째로 외우고 밤을 새워 공부하곤 했다. 그렇게 하면 냉철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이상향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물고기를 사랑하고 생명을 우선시하는 수산질병관리사가 되고 싶어졌다. 직접적으로 생명을 접하고 가까이 하다보니 내 가치관이나 생각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물고기를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중할 줄 아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식테크'라는 단어가 있다. 희귀하고 예쁜 무늬를 가진 식물을 키워 그 식물로 수익을 내는 '식물 재테크'를 뜻하는 단어다. 어느 날부터인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각종 sns에서 식테크는 2030대가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재테크라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생활에서도 이와 비슷한 단어가 있다. 바로 물고기와 재테크를 합친 '물테크'다. 키우는 물고기를 새끼쳐서 분양을 보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실제로 단기간 동안 무서우리만큼 숫자가 불어나는 구피나 새우, 중급자 정도 사육 실력이면 번식을 시킬 수 있는 안시류, 플레코, 코리도라스, 베타가 주로 물테크 대상이 되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번식을 시킨 새끼들을 개인에게 분양하기도 하고 수족관에 소량납품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키우는 금붕어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재테크 용으로 금붕어를 키우는 것이냐는 DM을 받았다. 메세지를 받고 어이없었다. 대체 내가 금붕어를 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지길래 이런 메세지를 나에게 보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야외 풀장을 유영하는 금붕어들


 분명 내가 일반인에 비해 금붕어를 많이 키우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풀장까지 놓고 키우고 있으니 말 다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금붕어에 미쳐서 남자도 안 만나고 금붕어만 쳐다보고 사는 인간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고작 돈벌이 수단으로 금붕어를 키운다고 본다니, 불쾌하기 그지없는 경험이었다.

 물고기를 키우는 것은 좋은 취미생활이다. 하지만 재테크 수단으로서 물고기를 키우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을 뿐더러 만약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싶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물고기 역시 생명이고 각각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갖고 있다. 초등학생 때 물고기를 기르면서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 생각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물고기 역시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고기를 금전적 이익을 위해 번식시키고 기르는 것은 물고기를 인간과 같은 생명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다른 동물이나 식물도 마찬가지지만 물고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예민하다.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를 찍을 때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지 말고 어항 벽면을 두드리지 말라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물고기는 불빛 하나, 벽면을 두드리는 진동 하나에도 깜짝 놀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물고기를 키우는 것은 꽤 어렵고 많은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다. 물고기를 키우는데에는 그만큼 투자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물세, 전기세, 사료값, 용품값, 약값, 기타 유지비까지. 금전적 비용만 들어가지 않는다. 키우는 사람이 그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를 해줘야 한다. 주기적으로 어항 청소도 해야 하고 물도 갈아주고 수질 체크도 해주어야 한다. 돈도 들고 손도 가고 노동력과 시간 투자도 해야 한다.


 순수하게 물고기가 좋아서, 물고기를 사랑해서 물고기를 생명체로 존중하면서 애정을 품고 키우는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뭔가를 하면 왜 그렇게 그것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좋아하면 그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전공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직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공자 입장에서 이런 현상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업계에 있는 입장에서 이런 사람들을 보면 돈줄이 되어주니 고맙기는 하다. 하지만 동시에 안타깝다. 물고기도 살아있고 존중받아야 할 생명인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안 예쁜 물고기는 돈이 안 된다면서 방출시키고 돈이 된다는 예쁜 물고기들만 가득가득 채워넣는다. 


실내 2자 광폭 어항의 터줏대감 젤리오란다


 물고기를 데려오기에 앞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했으면 좋겠다. 꿈에서 아른거릴 정도로 생각이 나면 그 때 봉달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이미 입양한 물고기에게 애정을 붙이고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들 역시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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