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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Aug 29. 2022

금붕어의 목숨 무게

당신은 물고기를 키워서는 안 됩니다


 지난 7월 인터넷과 SNS에서 한 전시가 논란이 되었다. 문제가 된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전쟁, 전염병, 각종 재해와 같은 개인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승화의 의미에서 기획된 전시였다. 그리고 그 중 모 작가가 금붕어를 링거병에 넣어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금붕어가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이중성을 표현했다'는 설치 전시가 논란이 되었다.


 전남도립미술관 측에서는 동물학대 문제 제기로 전시품을 철거했지만 링거병 속 금붕어 15마리 중 5마리는 결국 폐사했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금붕어가 죽는 것도 작품의 과정이며 금붕어가 빠지면 의미가 없다,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예술가는 일반인과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낭설을 늘어놓았다.


 금붕어의 생명을 얼마나 우습게 알고 그런 짓을 했는지 궁금하다. 금붕어 역시 살아있고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임에도 일부 사람들은 무식하게 그 생명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2005년 10월부터 이탈리아의 로마시와 몬자시에서는 금붕어를 원형 어항에서 키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원형 어항은 산소 용존량이 충분하지 않고 금붕어가 실제외 다르게 굴절되어 왜곡된 바깥 환경을 보게 해 금붕어가 시력을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학대로 보고 있다. 둥근 어항과 관련된 이슈는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프랑스의 한 반려동물 용품 업체에서는 여과장치와 산소공급 장치가 없는 15l 이하의 둥근 어항 판매를 중단했다.


 2008년 9월 스위스에서는 금붕어를 한 마리만 키우는 것은 동물학대죄로 불법행위가 되었다. 스위스 정부는 야생에서 떼로 몰려다니며 무리생활을 하는 금붕어를 강제로 독립생활하도록 하는 것은 '잔인한'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또한 금붕어를 기를 때 사방이 불투명한 어항에서 기르고 금붕어의 생체리듬을 고려해 조명을 조절해야 한다는 엄격한 관련 규정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한국과 비교했을 때 빡빡하고 엄격한 규정이다. 이럴거면 안 키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만약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은 물고기를 키워서는 안 된다고 확실히 말해주고 싶다.


 흔히 물고기는 개나 고양이와 비교했을 때 '미물'로 취급되는 경향이 짙다. 그렇다보니 물고기의 생명은 하찮고 값싼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키우던 금붕어나 열대어가 병에 걸리면 치료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죽게 내버려두고 죽으면 새로 사오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치료를 하려면 약값이 물고기 몸값보다 더 많이 나온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과학적으로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고 사람들의 편견과는 다르게 똑똑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물고기가 과학적으로 통증을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과학자들이 금붕어에게 먹이를 줄 때 특정 소리를 들려주어 학습을 시킨 뒤 5개월간 소리를 들려주지 않고 방치했는데 다시 소리를 들려주자 먹이를 먹던 장소로 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또한 호주의 과학자들은 금붕어끼리 싸웠을 때 싸움에서 진 금붕어는 싸움에서 이긴 금붕어를 피해다니거나 만나면 온순한 태도를 보이는걸 관찰했다고 한다. 물고기 역시 아픔을 느끼고 기억력이 있는 똑똑한 동물이다.


참고로 기르는 동물의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 역시 동물학대의 범주에 들어간다. 금붕어를 비롯한 관상어 역시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이니 물고기 몸값보다 약값이 비싸다고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서 죽도록 내버려두고 죽으면 새로 사오는 행위 역시 엄연한 동물학대라 생각한다.


 

 물고기의 생명 역시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아픈 물고기를 살리고 싶어서 수산생명의학과에 진학한 나로서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환멸나고 싫다. 그들은 진정으로 물고기를 좋아하는 걸까? 몸값과 약값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그들은 물고기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감히 나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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