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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Aug 31. 2022

나는 집사다

나는 한없이 약하지만 집사는 매우 강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을 두세 살 아기 키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동물을 키우는 것에는 많은 것과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의 돈, 시간, 노력, 체력 등등을 먹고 자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몇 년 전 우연히 나에게 온 작은 강아지 한 마리에서 시작해 현재 나는 한 마리의 개, 한 마리의 고양이, 한 마리의 육지거북이 그리고 여러 마리의 금붕어와 함께 살고 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하나 둘 우리집에 모여들었고, 어느 새 우리 집은 동물농장이 되었다.






 품고 있는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어찌되었던 우리집에 모이고 나에게 와서 나와 아이들은 종을 초월한 가족이 되었고, 아이들은 나를 '집사'로 만들었다. 그리고 집사는 강하다. 매일 산책을 시켜주어야 하고 먹이를 챙겨주고 배변을 치우고 청소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목욕을 시키고 환수도 해야 하고 만약에 아프면 동물병원도 데려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 대해 나는 약할지라도 집사는 강하다고 말하곤 한다. 개인으로서의 나라면 할 수 없는 일을 집사로서는 할 수 있게 해주었고, 더 나아가 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집사로서 산다는 것이 힘겹기도 하다. 나 하나 감당하고 키우기 어려운 세상에서 나 외의 다른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생명의 무게는 무겁고 생명은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 생명이 사람이던 개나 고양이던 물고기던 중요하지 않다. 생명은 모두 고귀하다.


 하지만 그 소중함이 나를 계속해서 집사로서 살게 한다. 아마 나는 반려동물이 아니었으면 파트타임 일도 안 했을 것이고 그저 방구석 폐인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나와 함께 동거하는 다른 종의 동물들이 아니라 내가 삶을 이어가고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지대한 공을 세운 고마운 존재들이다.

 




 한 번 쯤은 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는 내 반려동물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글을 적어보기로 했다. 이 아이들이 어떤 인연으로 나에게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함께 살면서 무슨 일이 있는지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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