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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Mar 03. 2023

닌텐도 스위치를 지르다

나이 30이 넘어서 게임을 하다니


 성인이 되어서도 한참동안 나는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 해본 적이 없다기보다는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이 상상되지 않았다. 교회에 미쳐 살았던 20대 중후반까지도 나는 게임이란 아주 나쁜 것이며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럴만도 한 것이, 교회학교 중고등부에서 항상 들었던 말은 해리포터를 쓴 작가는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처박힐 것이며 해리포터를 보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고 그건 게임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교회학교 교사들에게 지겹도록 듣고 살았다.


 사정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기들과 어울려 놀아서도 안 되고 술을 마시면 큰일난다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대학교 OT 자리에서 나는 맹랑하게 선배가 주는 술을 대놓고 거절했다. 거기에 선배의 대처도 미숙하고 어리고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내 방식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한참 잘못되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그게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어이없고 웃기지만 철저하게 학교 사람들과 놀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회를 안 가기로 마음먹으면서 처음으로 나는 닌텐도 스위치를 샀다. 어렸을 때 닌텐도 DS가 있기는 했지만 부모님이 교육용 게임이 아니면 게임칩을 절대 못사게 하셨기에-심지어 동생이 게임칩을 따로 용돈모아 산 적이 있는데 들켰고 엄청 혼난 뒤 엄마가 일방적으로 그 게임칩을 중고로 팔아버렸던 적도 있다- 그저 그런 밍밍한 교육용 게임만 해야 했던 닌텐도를 이 나이 먹고 지르니 신기하게 느껴졌다. 닌텐도 스위치가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한다는 동물의 숲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게임을 하고나니 한없이 신기했다. 그러다가 트친들이 늘상 말하는 스팀을 설치해 가입하고 블리자드의 그 유명한 게임 오버워치까지 설치해 트친들과 같이 게임을 했다.


 이 나이를 먹고 게임을 할 것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내가 게임을 하고 있다는게 신기하면서도 이상했다. 와중에 엄마는 어짜피 인생을 말아먹는건 네 선택이다고 말하고 아빠는 나더러 너 타락했냐는 말을 했다. 부모님은 이런 내가 낯설 것이다. 교회는 근처도 가지 않고 교회 단톡방을 모두 나가고 교회 사람들은 모두 차단했으면서 과학적 논증이 아니면 취급을 하지 않으면서 종종 트친들과 논다고 나가서 술자리를 3차 4차까지 가지고 종종 주말에는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와서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보며 마시는 내가 눈엣가시에 못마땅해보일 것이다. 기껏 키워놨더니 교회에는 무관심을 넘어서 은근슬쩍 싫어하고 하지 말라고 했던 것들만 골라서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게 나다. 이게 내 모습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나는 부모님 입맛에 맞춰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될 뿐더러, 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그런 인생은 내가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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