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종교를 정하는거 아니에요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은 그 말의 뜻

by 울새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이전 교회 사람들을 제외하고 공공연하게 '나 성당다녀요'라고 말하고 다닌 것은 한참 부모님과의 관계 이슈가 극심하던 때였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말을 처음으로 한 상대가 정신과 의사쌤에게였다. 의사쌤은 내가 개종하겠다는 것을 마치 독실하다못해 개신교 근본주의인 부모님에게 복수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인지 그런건 섣불리 정하거나 복수하겠다는 의미에서 하는거 아니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미 말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천주교를 거의 다 체험(?)했고 고민할대로 고민한 상태라 복수로 개종하겠다는게 아니고 내가 원해서 간 것이고 나도 내 나름대로 고민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본 뒤에 내린 결정이라 말했다. 그 이후 이어진 내 답은 여기에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나 사적이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쭉 이야기를 들은 의사쌤은 알겠다고 성당에 가는게 낫겠다며 내 의사를 지지했다.


근래에 어쩌다가 한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종교를 섣불리 가지거나 정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짧게 스쳐지나갔다. 급하게 정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니 굳이 종교를 가져야 한다면 잘 고민하고 생각해서 가지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앞으로 성당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전의 과정이 떠올랐다. 부모님으로 인해 개신교에 강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고 잠깐이나마 불가지론이 되기 전에 딱 한 번씩이긴 했지만 성당에도 가보고 절에도 가보았다. 그러다가 천주교 모태신앙인 친구를 만나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같이 성지도 가보고 하면서 천주교로 마음이 기울었고 그 시간을 거치다보니 매 주 성당을 가고 있었다.


이제 다시 그 말을 곱씹어보니 정말 맞다. 종교는 함부로 섣불리 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타인의 종교를 함부로 판단하는 것도 결코 해서는 안 되지만 내 종교를 섣불리 결정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되지 않나 싶다. 그런걸 보면 정말이지 종교는 뭘까 싶다. 개신교 모태신앙으로 20년 남짓을 살다가 개신교에 반감을 갖게 되어서 불가지론이 되었다가 현재는 이 집안에서 나 혼자 천주교 신자로 살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여전히 예비신자 신분이라 그런걸까. 그렇다고 한다면 예비자교리를 끝내고 세례를 받으면 알게 될까. 그렇다고 하기에 세례를 받은 뒤에야 할 수 있는건 미사 때 성체를 모실 수 있다는 것과 다른 몇 가지 성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청년회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 정도인데 그거로 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이러니까 내가 나이롱 예비신자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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