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인터넷에서 비신자가 천주교 신자가 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며 그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 청년 영세자(세례를 받는 사람)가 급감하는 데에 한 몫을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읽을 때에는 아직 내가 자신의 종교관에 대해 확실히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배회하고 있었기에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성당 예비자 교리를 들으면서 가면 갈 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그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구나 하는걸 느끼곤 한다. 개신교나 성공회에 비해 기간도 길고 매 주 꼬박꼬박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해야 할 것은 많다. 최대한 미사를 빠지지 않고 드려야 하고 성경 필사부터 10개가 넘는 기도문 암기, 성지순례, 그리고 피정까지. 이 중 하나라도 누락되면 세례가 그만큼 밀리게 된다. 그래서 정말 빡세고도 극한 6개월이 된다.
사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나는 7월에 예비신자 피정을 가야 했다. 하지만 그 즈음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해서 나를 못살게 하더니 피정을 보강으로 가게 되었다. 원치 않게 꼬인 일정에 보강 투성이가 되고 심지어 피정을 보강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날 수업에 대한 보강을 또 따로 가야 했다. 일정을 어찌어찌 급조하면서 보강을 맞추기는 했지만 이래서 비신자가 뜬금무 천주교 신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건가 싶기도 했다.
다행히 서울의 어느 수도원 내 성당에서 6시간 남짓의 피정을 마치고 피정 일정을 마쳤다는 도장을 출석카드에 받을 수 있었다. 도장을 받고 보니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얼마 남지 않았다.
분명 피정은 처음인데 그 날 수사님이 불렀던 생활성가 중에서 한 곡 빼고 모두 아는 노래였다는게 신기할 다름이다. 내가 시창이 나름 빠른 편이라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나는 수사님이 기타 연주를 하시며 생활성가를 부를 때 무리 없이 따라 부를 수 있었다. 6개월 간 찬찬히 젖어든 종교의 영향이 이렇게 나타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그 와중에 내가 참 좋아하는 생활성가도 있어서 왠지 기분이 좋기도 했다.
제단 뒤 십자고상이 독특해서 찍어둔 한 장.
피정 후 출석카드에 도장을 받고 보니 이제 대략 네 개 남짓의 도장만 받으면 진짜 예비신자 꼬리표를 끊어내고 신자로서의 삶을 살겠지. 나름 어느정도 생각을 하고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얼떨결에 세례까지 이어지는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는 안 복잡한 삶을 살았던가. 나에게 복잡하지 않고 편한 삶은 허락된 적이 없지 않던가. 그러니 이에 대해 개의치 않기로 했다. 복잡하던 복잡하지 않던 상관 없이 그냥 살아갈거다. 그리고 그렇게 10월 중순을 맞이할 것이고 진짜로 예비신자 생활을 마무리 짓겠지.
이 글을 쓰는 날짜를 기준으로 세례까지 앞으로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