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마 바꿀 수 없는.
예비자교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본인의 세례명과 축일 그리고 대부모 명단 표를 출석카드에 붙여주셨는데 이제 작성 기간이 마감되어 수녀님 강의가 끝나고 출석카드를 돌려받았을 때 표지 안쪽에 그간 붙어있던 세례명과 대부모 명단 표가 없어져 있었다. 이제는 작성 기간이 끝나 아마 봉사자 분께서 걷어가셨으리라.
다행스럽게도 세례명도 정해두고 대모를 미리 구한 뒤에 예비자교리를 시작한거라 명단 표를 받자마자 모든 칸을 작성해두었는데 이제 진짜 예비자교리도 막바지를 향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월에 시작해 어느덧 8월 중후반이 되었고 9월을 향해가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현재 예비자교리 듣고 있고 10월에 세례받아요 하는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세례명은 정했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내가 미리 정해두었고 또 적어서 제출한 세례명을 얘기하면 고개를 갸웃하며 정말 희귀한 세레명이네요 하는 답변이 돌아오곤 한다. 나도 참 희귀한 세례명을 지었구나 실감이 나는게 성당 성물방에 가도 내 세례명의 성패는 어디에도 없다. 네이버 쇼핑에 검색해도 나오는 것이 없다. 그나마 엣시나 아마존에 검색하면 성패나 묵주나 성상이 좀 나오는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서칭을 열심히 돌려도 나오는 것이 거의 없다. 그걸 보면서 확실히 희귀한 세례명이긴 하구나 싶었다.
늦게서야 알게 되었지만 보통 세레명은 생일을 따라 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인의 축일은 대게 그 성인의 선종한 날인데 이 날은 곧 그 성인이 천상에서 태어난 날이라고 여겨져 중세 유럽에서 자신의 생일이 축일인 성인 중에서 세례명을 따오는 풍습이 생겨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물론 꼭 그걸 따라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성인이 되어서 영세를 받는 경우는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성인에서 세례명을 따오거나 아니면 생일과 관계 없이 원하는 성인에서 따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 역시 내 생일과 관련 없이 원하는 성인에서 세례명을 따와 명단에 적어 제출했다.
넉 달 남짓을 표지 안에 붙어있던 세례명과 대부모 명단 표가 사라진 것을 보니 복잡함과 동시에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진짜 예비자교리도 막바지를 달려가는구나 싶다. 이 기간이 끝나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게 맞을까. 그에 대한 합당한 답이 존재는 하긴 하는걸까. 아마 평생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이 문제에 오늘도 고민하며 생각해본다.